대법원 “공무원, 민원 처리 노력했다면 직무유기 아냐”

입력 2020-12-27 09:14 수정 2020-12-27 10:03
대법원

공무원이 민원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는 직무유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충남 보령시청 공무원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축산분뇨처리시설이 애초 설계와 다르게 지어지고 있다는 민원을 받고 개선 조치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1심에서 A씨는 선고 유예를 받았다. 시설이 설계도면과 달리 시공됐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은 직무를 저버린 행위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2심에서 판결은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업무처리 의지가 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실제로 민원을 전달받고 시설 건축을 담당한 건축사무소 직원에게 확인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재판부는 민원을 받고 석 달 뒤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뀐 점과 A씨가 처리하는 연간 서면 접수 민원이 1200건이 넘는다는 점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빠짐없이 민원 사항에 대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신속하게 처리하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의식적으로 업무를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면서 원심이 확정됐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