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건수가 한 달 새 28건을 기록했다.
27일 조류인플루엔자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전북 정읍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2년8개월 만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이후 전날까지 국내 가금농장 27곳과 체험농원 1곳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이 나왔다.
이외에 전남 구례의 육용오리 농장 1곳에서 고병원성 위험이 큰 H5형 항원이 검출돼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발생 지역 또한 광범위하다. 정읍을 시작으로 경북 상주, 전남 영암, 경기 여주, 충북 음성, 전남 나주, 전남 장성, 경기 김포, 전북 임실, 경북 구미, 경기 화성, 전북 고창, 경기 용인, 전북 남원, 구례, 충남 천안에서 고병원성 AI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국 8개도 가운데 강원·경남·제주를 제외한 5개 도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온 것이다. 아직 미발생 지역도 AI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데다가 제주 하도리, 강원 양양, 경남 창원 주남저수지와 김해 좌곤리, 부산 을숙도의 야생조류에서도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터라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고병원성 AI가 의심되면 해당 농장은 물론 역학관계에 있는 다른 농장, 더 나아가 발생지점 반경 3㎞ 내 농장의 사육 가축까지 모두 예방적 살처분을 한다. 지난 25일까지 163개 농가의 사육 가축 931만9000마리가 살처분됐다.
유형별로는 육용오리 109만마리, 종오리 4만마리, 산란계 329만4000마리, 육계 287만7000마리, 종계 28만6000마리, 토종닭 30만8000마리, 메추리나 청계, 꿩 등 기타 142만4000마리다.
AI로 인한 살처분 마릿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일시이동중지명령이 떨어진 영향으로 닭·오리와 달걀 가격도 점차 들썩이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기준 오리 산지 가격은 ㎏당 2105원으로, 국내 가금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기 전인 전월보다 45.2% 뛰었다.
그동안 오리를 빼면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던 다른 가금류도 조금씩 상승국면에 들어섰다. 육계 산지 가격은 ㎏당 1384원으로 전월 대비 6.1% 올랐고, 달걀 산지와 소비자 가격은 특란 10개 기준 1226원과 1899원으로 각각 7.6%와 2.5% 상승했다. 육계 소비자가격만 ㎏당 5031원으로 3.6% 하락했다. 이는 대형마트 등에서 할인행사를 진행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고병원성 AI가 여러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지속 발생함에 따라 확산 차단을 위해 전국 단위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한다고 이날 밝혔다. 발령 대상은 전국 가금농장과 도축장·사료공장 등 관련 축산시설의 가축·종사자·차량이다. 이동중지 기간은 이날 밤 12시부터 28일 밤 12시까지 24시간이다.
중수본은 일시이동중지 기간 중앙점검반을 구성해 명령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전국 가금농장, 축산 시설·차량(생축·알 운반 포함), 철새도래지(작은 하천·저수지 포함)에 대한 일제 소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일시이동중지 명령 위반 시에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제57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