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0명 중 3명만 저소득층 상위권…개천서 용 안 나온다

입력 2020-12-27 07:48 수정 2020-12-27 10:13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 안영은 연구위원의 ‘서울지역 고등학생의 기초자치구별 학업탄력성 양상 및 특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16년 서울 고등학생 중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 비율은 3.53%로 나타났다고 27일 발표했다.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이란 월평균 가구소득이 하위 25%이면서 학업성취도는 상위 25%에 해당하는 학생을 뜻한다. 이는 열악한 가정환경에서도 우수한 학업 성취를 보이는 학생이 서울시내 전체 고등학생 100명 중 3명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고1 학생들의 학업탄력성 비율은 2010년 1.92%에서 2014년 3.75%로 증가했다가 2016년 3.53%로 소폭 감소했다. 사교육 영향을 많이 받는 과목일수록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낮았다. 2016년 기준 과목별 전체 학생 수 대비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은 국어(4.94%) 수학(4.24%) 영어(3.69%) 순이었다.

영어의 경우 조기유학이나 영어유치원 등 사교육 격차가 사회경제적 배경에 크게 의존하는 까닭에 저소득층 학생들이 다른 교과보다 학업탄력성 집단으로 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종로구가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6년 기준 종로구에서는 100명 중 7명 이상 학생(7.69%)이 학업탄력성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는 1.82%, 송파구는 4.17%였으며 서초구는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이 0명이었다.

학업탄력성을 지닌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보다 사교육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자치구 25곳을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에 따라 세 그룹으로 나누고 방과후 학교와 사교육 참여율을 조사한 결과 학업탄력성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그룹(동대문구, 송파구, 양천구, 종로구)의 방과후 학교 참여 비율이 가장 낮고 사교육 참여 비율은 가장 높았다.

안 연구위원은 “상위권으로 도약·유지해야 하는 학업탄력성 학생들에게 방과후 학교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방과후 학교의 근본적인 질적 도약과 함께 다양한 수준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공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저소득층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