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거센 확산에도 3단계 고심하는 이유

입력 2020-12-27 06:39 수정 2020-12-27 10:22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갈수록 거세다. 성탄절 휴일 검사 건수가 직전 평일 대비 크게 줄었는데도 신규 확진자가 대거 나오면서 25∼26일 이틀 연속(1241명→1132명)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사망자도 급증했지만,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깜깜이 확진자 비율은 30%에 육박하고 있다. 방역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고심 중이다. 방역 당국은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지만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이라도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쪽과 지원책 없이 격상해봤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1132명이다.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한 직전일(1241명)보다는 109명 줄었지만, 이틀 연속 네 자릿수를 이어갔다.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기도 하다.

더 큰 문제는 성탄절 당일 검사 건수가 직전 평일 대비 2만7089건(5만7147건→3만58건) 감소한 데다 서울 동부구치소 사례와 같은 대규모 집단감염이 반영된 것이 아닌데도 1100명대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점에서 오히려 확산세가 더 거세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날 0시 기준으로 발표될 신규 확진자는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방역 당국과 서울시 등 각 지방자치단체가 전날 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중간 집계한 확진자는 662명이다. 직전일 같은 시간에 집계된 726명보다 64명 적다. 이런 흐름이라면 이날 확진자는 전날보다는 적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확진자 급증과 함께 사망자도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방역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지난 25일 하루에만 20명이나 나와 누적 사망자가 793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1일(698명) 이후 5일 만에 사망자가 100명 가까이 불어나면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는 양상이다. 또 감염경로 불명 사례도 28%를 넘어 3차 대유행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2∼25일(27.1%→27.4%→27.8%→27.2%) 나흘 연속 27%대를 나타내다가 전날 28.6%까지 올랐다.

확진자 10명 가운데 약 3명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모른다는 의미로, 그만큼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이 넓게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은 최근 들어 일상 전반의 감염에 더해 교정시설, 요양병원, 요양원, 교회 등 감염 취약 시설에서도 크고 작은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 전선이 그만큼 넓어지면서 정부의 역학적 대응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서울 동부구치소와 관련해 전날까지 총 520명이 확진됐고, 구로구 소재의 요양병원에서는 총 134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경기 고양시 요양병원에서도 8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충남 천안시에서는 지난 22∼23일 서로 다른 교회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해 2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경북 경주시의 한 교회에서도 지금까지 17명이 감염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중대본 회의를 열어 거리두기 격상 여부를 포함한 추가 방역 대책을 확정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시행 중인 2.5단계, 2단계가 오는 28일로 종료되는 만큼 이들 조치의 연장 또는 추가 격상 방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3단계 격상’보다는 ‘2.5단계 연장’에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2.5단계 조치에 더해 전국적으로 연말연시 특별방역 대책을 함께 시행하면서 추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재 급격한 확산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접촉자를 통한 지역사회의 감염이 확산할 우려가 있어 지자체 및 부처와 계속 (단계 격상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정 본부장은 또 “지난 1주간 전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1017명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심 환자에 대한 검사 양성률이 2%를 넘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역감염의 위험이 매우 커져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조치 강화 필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3단계 격상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민과 기업은 거의 3단계에 준해 활동하고 있는 만큼 정부도 지금처럼 2.5단계도 3단계도 아닌 상황을 유지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지원책 없이 무조건 문을 닫고 집에 있으라고 하면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거리두기 상향 조정은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피해를 키울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