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와 신학의 관점에서 사중복음과 순교의 본질적 이해를 모색한 세미나(사진)가 열렸다. 서울신학대 글로벌사중복음연구소(소장 최인식 교수)는 지난 21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대 100주년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2020 제15회 사중복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는 ’사중복음과 순교영성’이다. 세미나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했다.
‘안디옥의 감독 데오포로스 이그나티오스의 순교영성에 기초하여’란 주제로 발제한 주승민 교수는 초대교회 순교자들 중 한 명인 안디옥의 이그나티오스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이그나티오스는 트라이얀 황제 당시 37년 간 안디옥의 감독으로 사역하다 로마의 콜로세움으로 끌려가 107년 경 순교 당한 인물이다.
주 교수는 사중복음의 중생 성결 신유 재림의 신학적 견해들이 이그나티오스의 신학 사상에 깊이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를 요한복음에서 찾은 주 교수는 “사도요한의 사랑을 받는 제자였던 이그나티오스는 요한의 인간 변형에 대한 이해에서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며 “사중복음 전도 표제가 모두 인간 이해와 접목되어 있다. 특히 중생과 성결은 인간의 직접적 변형을 강조하며서 동시에 신유를 통한 인간 변형의 객관성을 강조한다”고 분석했다.
주 교수는 사중복음이 삶의 순환 고리로 연결되고 있다는 부분도 증명했다. 그는 “하나님과의 관계성에서 인격성을 중생과 성결이 강조된다. 신유는 그 파생 열매로서 건강한 삶을 보장한다”며 “동시에 크리스천이 중생과 성결의 단계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세상의 죄악이 결국 하나님의 심판이란 미래의 사건으로 다가오며, 이는 다시 미래 사건의 정점으로 다시 오시는 재림의 예수를 기다리는 구조를 만든다. 재림마저도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연결점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중복음은 ‘인간 치유’ 혹은 ‘인간 회복’의 전 과정을 총망라 한다”며 “순교 영성이 결국 사중복음의 뿌리가 되어 그 결실들이 세상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식 교수는 ‘르네 지라르의 욕망론에서 본 폭력과 순교’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인류학의 관점으로 폭력의 문제에 접근한 르네 지라르(1923~2015)의 이론을 토대로 폭력에 의한 순교의 역사적 현실과 그리스도인을 향한 무분별한 폭력의 이유를 고찰했다. 지난 세계 역사에서 폭력에 의한 그리스도인의 순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만큼 다양하게 존재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순교는 지배 권력의 집단적 차원에서 특정 그리스도인에게 합법적으로 혹은 공개적으로 법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폭력”이라며 대표적인 예로 독일의 파울 슈나이더, 한국의 박봉진과 문준경의 순교를 소개했다. 이들은 모두 폭력에 의해 순교를 당한, 피동적 순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울 슈나이더는 나치의 폭력으로, 신사참배를 거부한 박봉진은 일제의 천황주의와 제국주의의 폭력에 순교를 당했으며, 문준경은 양민에 대한 공산군의 폭력에 순교의 피를 흘려야 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르네 지라르는 현대인들에게 폭력이 법의 이름으로 가해지는 곳에 모방적 욕망의 폭력 메커니즘이 발동되지 않고 있는지 직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에 의한 전체주의 시대에 나타나게 될 새로운 유형의 폭력은 상상하기조차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