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올해는 크리스마스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시민들은 감염 우려에 온라인으로 파티를 하거나 대면 접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에 가족과의 만남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3주 전쯤 예약했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정을 며칠 전 취소했다. 대신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이용해 ‘줌파티’를 열었다. 예약한 식당은 별도의 룸을 완비했고, 인원도 4명이라 집합금지 명령에 위반되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감염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25일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외출 일정은 다 취소하고 각자의 집에서 소소한 파티를 열기로 했던 것”이라며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노트북 카메라 앞에서 각자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어차피 외출해도 갈 곳이 없었지만 이렇게라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내야 하지 않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각자 자신의 방에서 크리스마스 영화를 비대면으로 함께 감상한 이들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27·여)씨는 “24일 밤 10시32분59초에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재생하면 등장인물이 크리스마스 자정에 정확히 ‘해피 크리스마스’라고 말하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고 해 지인들과 시간을 맞춰 ‘온라인 동시상영’을 했다. 그런데 다들 똑같은 생각이었는지 접속자가 몰리는 바람에 서버가 터져버렸다”며 웃었다. 이어 “다들 심란할 때지만 이렇게라도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대면 접촉을 피해 지방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이모(34)씨는 애인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강원도로 떠났다. 이씨는 “승객들은 창가자리에만 앉았지만 좌석이 거의 다 찼다. 서울보다 사람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이 많아 불안했다”고 했다. 그는 “식사때를 제외하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다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가족과의 만남까지 미루고 ‘나 홀로 크리스마스’를 청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김모(34)씨는 “부모님이 차로 10분 거리에 계셔 잠깐 찾아뵐까 고민했지만, 환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과 병원만 오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나 홀로 집에’ 주인공 케빈처럼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