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바늘 찌르기 직전…유기견 살린 “크리스마스의 기적”

입력 2020-12-25 14:31
동물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동물구조단체가 안락사 집행 현장에서 유기견 20여 마리를 구조해 감동을 주고 있다. 유기견들은 마취된 채 안락사 순번을 기다렸으나 때마침 현장을 방문한 단체 덕분에 가까스로 죽음을 피했다. 지역 동물보호소와 구조단체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며 생존한 동물들의 입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구조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24일 “어제 경북 영양군 유기동물보호소에서 30마리에 대한 안락사 현장을 방문해 29마리를 구했다”고 밝혔다.

마취된 채 안락사 순번을 기다리던 유기견 모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당시 보호소에서는 이미 안락사가 집행되고 있었다. 비구협은 “견사에는 안락사 마지막 단계인 석시콜린(근이완제)을 맞기 전 마취로 인해 잠든 10여 마리가 있었고, 바로 옆 격리 공간에서는 (1마리에게) 석시콜린을 주입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인도적 처리(안락사)’는 대상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반드시 마취제를 사용한 후 치사제를 사용해야 하며, 다른 동물들이 볼 수 없도록 격리된 공간에서 진행해야 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비구협 유영재 대표는 “약물 사용과 격리공간, 인원 등 모든 절차가 현행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서 안락사를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유기견들은 규정된 보호·공고 기간을 수개월이나 넘긴 안락사 대상이었다. 보호소 관리자는 “5년간 봉사자가 1명도 없는 소외된 보호소”라며 “적정 보호 두수인 25마리를 훌쩍 넘는 60마리가 입소했지만 1년간 안락사를 미뤄왔다”고 설명했다.


비구협의 요청으로 안락사는 중단됐고 치사제가 주사된 1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29마리는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안락사는 다시 집행된다.

비구협 측은 “한달만 시간을 주시면 안락사 예정인 이 아이들을 우리가 빼내겠다고 보호소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부탁했다”며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안락사를 안 하려고 1년 이상을 보호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라 어쩔 수 없다. 꼭 약속을 지켜달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유영재 대표는 “다음주 중으로 유기견들의 성별, 나이, 건강을 파악해서 입양 홍보를 할 예정”이며 “입양하시는 분에게는 20만~30만원의 중성화 비용을 지원한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살아남은 개들에게 가족을 선물해달라”고 설명했다.

SNS를 통해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시한부라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유기견들이 가족을 만나길 간절히 바란다” “비구협과 보호소에 눈물 나게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 영양군 유기동물보호소 입양 문의

-유기동물관리시스템(APMS) 내 영양군 유기동물 검색
-영양군청 농업축산과 054-680-6662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beaglerescurenetwork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