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돕던 착한 아이” 6명 살리고 떠난 25살 청년의 마지막

입력 2020-12-25 10:07 수정 2020-12-25 11:03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떠난 하재현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식을 못 받고 숨지는 사람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만약 그런 상황이 오면 저도 기증하고 싶어요.”

사고로 뇌사 상태에 있던 2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세상을 떠났다.

22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하재현(25)씨가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에서 심장과 폐, 간장, 췌장, 좌우 신장 등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떠났다.

하재현 군은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군 복무 후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었다. 지난 10일 집안 욕실에 쓰러져 있는 하군을 발견한 아버지가 즉시 근처 병원으로 옮겨 응급 수술을 시행했으나 발견 시간이 늦어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추정 소견을 받았다. 원인은 뇌내출혈로 밝혀졌다.

하군의 유가족들은 하재현 군이 평소 장기 이식을 받지 못해 숨지는 사례들을 접하고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자신도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을 기억하고 고인의 뜻을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고인의 생전 뜻에 따라 심장, 폐, 간장, 췌장, 좌우 신장 등 장기는 6명에게 기증됐다.


남동생에겐 더없이 좋은 형이었고, 부모에게는 무엇이든 알아서 스스로 하는 장남이었기에 가족의 안타까움은 더욱 컸다.

하군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에서 “늘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던 착한 아이였으니 하늘나라에 가서도 편안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다.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지만, 마지막 순간에 본인이 원하던 좋은 일을 하고 떠나니 한편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하군의 동생은 “이제 엄마, 아빠는 내가 잘 도와드릴 테니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고 형이 원하던 것 실컷 해”라며 명복을 빌었다.

하군의 기증을 담당한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영남지부 김경수 코디네이터는 “25살 젊은 친구가 뇌사로 깨어나지 못해 너무 안타까웠다. 재현 군이 생전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해 들었고, 그 뜻을 이어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고인과 가족에게 감사를 표했다.

하군의 장례는 지난 14일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모인 가운데 치러졌다. 고인은 경북 김천의 가족묘에 잠들었다.

황금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