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영국은 지난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지 4년 반만에 EU와 완전한 결별을 앞두게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미래관계 협상에 착수한 지 9개월 만이자, 연말까지인 전환(이행)기간 종료를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과 EU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24일 미래관계 협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6년 국민투표와 총선에서 국민에 약속했던 것을 이번 합의로 완수하게 됐다”며 “영국은 다시 재정과 국경, 법, 통상, 수역의 통제권을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영국 전역의 가정과 기업에 환상적인 뉴스”라고 한 존슨 총리는 “우리는 처음으로 EU와 무관세와 무쿼터에 기반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서로에게 있어 가장 큰 양자협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유럽의 친구이자 동맹, 지지자, 정말로 최고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한 존슨 통리는 “비록 EU를 떠났지만 영국은 문화적으로, 감정적으로, 역사적으로, 전략적으로,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유럽과 결부돼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인해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이어져 온 47년간의 동거생활에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2019년 기준 양자 간 교역규모는 6680억 파운드(약 1003조원)에 달했다. 영국과 EU가 미래관계 협상을 타결하면서 합의안은 이제 양측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영국 의회는 현재 크리스마스 휴회기에 들어갔지만, 정부는 오는 30일 다시 소집해 합의안 승인을 추진할 예정이다. 영국 하원은 “오는 30일 오전 9시 30분 하원을 다시 열어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하원의장이 승인했다”면서 “의원들은 EU와의 합의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한 법안에 대해 토론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집권 보수당이 과반 기준을 훨씬 넘는 의석을 확보한데다 제1야당인 노동당 역시 ‘노 딜’ 보다 낫다며 합의안을 지지하기로 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과가 예상된다. 한편으로 합의안은 EU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들은 즉각 검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은 크리스마스 휴일인 25일 회동해 합의안 검토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회원국들이 합의안을 분석하고 임시 이행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이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EU는 이번 합의가 연말 시한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타결돼 제때에 적용되지 않을 경우 기업과 개인 등의 활동에 피해와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을 고려해 회원국에 이번 합의를 내년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임시로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EU 회원국이 이를 승인하면 이번 합의안 공식 서명이 이뤄질 수 있으며, 이후 유럽의회의 동의 절차가 있으면 된다고 EU 집행위는 밝혔다. 앞서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합의를 통해 지난 1월 말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다만 원활한 이행을 위해 모든 것을 브렉시트 이전 상태와 똑같이 유지하는 전환기간을 연말까지 설정했다. 양측은 전환기간 내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짓고 새출발하기로 했다.
양측은 지난 3월부터 9개월간 협상을 계속해왔지만 최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노 딜’(no deal) 우려가 커져왔다. 양측이 전환기간이 종료되는 연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을 예정이었다. 이 경우 양측을 오가는 수출입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비관세 장벽도 생기게 돼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