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가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 ‘인종차별’ 논란

입력 2020-12-25 06:00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제공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내년 2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이 아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오른다는 보도에 영화인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최근 출품작에 대한 연례 심사를 마쳤고 ‘미나리’는 외국어영화상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는 흔히 ‘아카데미 전초전’으로 불린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이 자전적 경험을 녹여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그런데도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이유는 HFPA가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서다. 미국에 이민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미나리’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되기에 외국어 영화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중국계 미국인인 룰루 왕 감독 영화 ‘페어웰’이 ‘기생충’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었다.

영화인들은 HFPA의 이 같은 규정이 낡았다고 비판했다. 룰루 왕 감독은 SNS에서 버라이어티 뉴스를 인용하고 “나는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정하는 구식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도 “미국이 고국인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대중문화 전문잡지 페이스트의 영화 담당 기자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영어 비중이 30% 정도밖에 안 되지만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며 ‘인종차별주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과 미국영화 부문 관객상을 받은 ‘미나리’는 탄탄한 작품성에 힘입어 내년 4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매년 1월 열리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을 미뤄 2월 28일 진행된다. 후보는 같은 달 3일 발표된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