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헌혈이에요. 과거 수혈받은 적은 있는데 교회에서 헌혈한다는 말을 듣고 왔어요.”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최성은 목사)에 출석하는 박명화(46)씨는 24일 오른쪽 팔뚝에 채혈침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최근 코로나19로 혈액량이 부족하단 뉴스를 보고 안타까웠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구촌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분당채플에서 헌혈을 했다. 사전 접수 인원 200여명 중 100여명이 헌혈에 동참했다. 최 목사 역시 400㎖의 전혈 헌혈을 했다.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도 같은 시간 헌혈 캠페인이 진행됐다. 체온 측정과 헌혈을 위한 문답을 마친 교인들은 총 3대의 헌혈차로 나뉘어 캠페인에 동참했다. 만나교회 측은 “이번 캠페인에 166명의 교인들이 참여 의사를 밝혀주셨다”며 “신청자뿐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참여하신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와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도 이날 헌혈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들 교회 모두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입장 전 QR코드 인식, 발열 및 마스크 착용을 확인했고 헌혈 대기석 의자도 2m 간격으로 뒀다. 만나교회의 경우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에 따라 교회 내 대기 장소를 따로 마련했고 출입을 4명으로 제한했다.
이들 교회가 속한 15개 한국교회 목자들 모임인 ‘사귐과 섬김’이 성탄절을 맞아 헌혈 캠페인을 시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며 코로나19로 인한 혈액 부족 사태 해결을 돕기 위해서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혈액 보유량은 3.2일분에 불과하다. 적정 보유량인 5일분에 훨씬 못 미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 군인 등의 단체 헌혈이 크게 줄어든 게 혈액 보유량 감소로 이어졌다.
대한적십자사 남부혈액원 정성녀 과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4월부터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도 헌혈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교회가 나서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사귐과 섬김 공동대표 주승중 주안장로교회 목사는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지쳐있는 이때 교회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헌혈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캠페인 이름인 ‘피로회복’은 지친 몸과 맘을 회복하자는 의미도 있지만, 피로써 회복시키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캠페인을 제안한 최성은 목사는 “교회다운 교회, 사회와 세상을 위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신 듯하다”며 “헌혈 소식이 알려진 뒤 지역을 가리지 않고 교회, 기독교 단체 등에서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전했다.
사귐과 섬김은 교회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내년 부활절(4월 4일)까지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 남서울교회(화종부 목사) 동안교회(김형준 목사) 성락성결교회(지형은 목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 신촌성결교회(박노훈 목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충현교회(한규삼 목사),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 고양 일산성광교회(유관재 목사), 인천 주안장로교회(주승중 목사),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가 함께한다.
성남=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성남=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