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한 ‘남아공 변종’까지 상륙… 영국 ‘변종 공포’에 떤다

입력 2020-12-24 17:57 수정 2020-12-24 18:42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종 바이러스까지 발견됐다.

새로 발견된 변종이 기존보다 전파력이 강하고 백신에도 더 큰 내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영국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비슷하지만 더 독한 남아공 변종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이 23일 런던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면봉쇄지역 확대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맷 행콕 영국 보건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총리 관저 기자회견에서 “새 변종 바이러스가 영국에서 발견됐다. 매우 우려스러운 변종”이라고 밝혔다. 새 변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새 변종에 감염된 두 명의 영국인 모두 남아공에서 입국한 여행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새 변종과 기존 변종 모두에서 20개 이상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바이러스의 변이가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다. 두 변종은 공통적으로 ‘N501YU’이라는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바이러스의 인체 세포 침투를 용이하게 만들면서 감염력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핸콕 장관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한 이유는 남아공발 새 변종의 변이 수준이 기존의 변종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새 변종 바이러스는 기존에 영국서 발견되던 변종보다 더 많은 변이가 일어난 것 같다”며 “전염성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남아공에서 변종 바이러스 조사를 이끌고 있는 리처드 레셀스 박사를 인용해 새 변종이 전염력이 더 높은 것은 물론이고, 백신에 대한 내성도 더 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레셀스 박사는 “영국 측 데이터와 우리 데이터를 종합해봤을 때 남아공 변종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 데 좀 더 효과적”이라며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을 재감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확진자 급증… 청년층 다수 감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거리. AP연합뉴스

남아공의 코로나19 상황은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 7~8월 하루 1만명대를 이어가며 정점을 찍었던 확진자 추세는 1000명 밑으로 떨어졌다가 이달 초부터 다시 급격히 늘어났다. BBC에 따르면 이번주 초 남아공 일일 확진자 수는 다시 1만명을 넘어섰다.

특이한 점은 15~25세 젊은 층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과가 새 변종 바이러스 확산 때문인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다만 남아공 정부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살림 압둘 카림 교수는 가디언에 “아직 초기 단계이나 예비조사 결과 2차 유행을 주도하는 바이러스가 1차 유행 때보다 훨씬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즈웰리 음키제 남아공 보건부 장관은 “젊고, 전에는 건강했던 사람들이 지금 매우 병들고 있다”며 “과거 에이즈 팬데믹 초기 우리가 겪었던 고난을 또 겪을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새로운 긴급 상황"… 영국, 남아공발 입국 차단
'변이 코로나19 확산' 총리 비상조치 전하는 英 일간지들. 연합뉴스

새 변종의 출현에 대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임상미생물학 라비 굽타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긴급 상황이 추가된 것”이라며 “정말 충격적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코로나 핫스팟 지역에 백신 접종을 집중해 접종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공중보건 전문가인 닐 퍼거슨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감염병학 교수는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남아공”이라며 “분명 새 변종의 폭발적 창궐과 확진자 수 급증 현상에 대한 일화적인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남아공 여행을 제한하고 최근 2주 내 남아공을 다녀오거나 접촉한 사람은 즉시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직후인 오는 26일부터는 잉글랜드 지역 봉쇄 조치도 강화될 예정이다. 최고 수준의 제한 조치인 4단계로 돌입하는 지역은 잉글랜드 동남부 및 런던 인접 지역(서섹스, 옥스퍼드셔, 서퍽, 노퍽, 캠브리지셔, 햄프셔)이다.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곤 집에 머물러야 한다.

가디언은 “잉글랜드 인구의 42%에 달하는 약 2400만명이 4단계 봉쇄 아래 놓이게 됐다”고 전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