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14일째 단식 농성 중인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국민의힘 때문에 법안 심의가 늦어졌다고 변명하는 김 원내대표에게 김 이사장은 “여당이 여태 법을 다 통과시켰는데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냐”고 되받아쳤다. 야당과의 견해차는 물론 당내 이견도 좀처럼 좁히지 못하던 민주당은 이날 단독으로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중대재해법 제정안 심사에 착수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정애 정책위의장,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단식 농성장을 찾아 “법사위 소위도 열리니 이제 단식을 풀라”며 “야당이 법안 심의를 거부해 악조건이긴 하지만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이사장은 “여당이 여태까지 (단독으로) 많은 법을 통과시켰는데 왜 이 법(중대재해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냐”며 “그 사람들이 안 들어오면 여당에서 그냥 해 달라”고 답변했다.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 등을 강행 처리한 민주당이 유독 중대재해법에 대해선 야당 반대를 핑계로 대고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이낙연 대표의 중대재해법 처리 공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무제한 토론을 거쳤음에도 법안에 대한 당내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정의당과 산업재해 피해자 유족들의 농성이 길어지면서 진보 진영에서는 민주당의 법안 처리 의지를 의심하는 여론도 커졌다.
결국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법안심사1소위를 열고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정의당에서 각각 발의한 5건의 제정안이 논의 대상이었다. 전날 민주당은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불발됐다”며 국회법에 따라 법안소위를 소집했다고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여당이 소위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지했다”며 회의를 거부했다.
법안심사1소위원장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국회법상 (소위 개최에) 문제는 없다”며 “소위 논의가 마무리되면 고용노동부 등 각 부처와 의견을 조정할 수 있을 것 같다. 28일까지 부처 간 협의안 도출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주에도 1, 2차례 소위를 추가로 열어 경영계 등의 의견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응하지 않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내부 의견조차 정리하지 못한 채 체계에 맞지 않는 법안을 심사하자고 올리는 건 무책임한 일”이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일안을 만들면 언제든 협의에 응하겠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