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무산 이후 재매각이 지지부진했던 이스타항공이 한 중견 기업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사를 마무리하고 인수 후보 기업의 최종 판단만 남았다.
이스타항공은 24일 임직원 간담회를 열고 최근 M&A 진행 과정 등을 공유했다. 사측과 노조에 따르면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현재 한 중견 기업과 매각 협상을 막판 조율 중”이라며 “이르면 다음 주에는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매각이 불발돼도 파산하지 않도록 플랜B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수 후보 기업은 흥국증권 등 앞서 매각주관사 통해 거론되던 기업 명단엔 없던 기업이다. 김 전무는 “비밀유지 협약 때문에 어느 기업인지는 알릴 수 없지만 재매각에 유의미한 진척이 있다. 늦어도 다음 달 초엔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와 체불 임금 등 1000억원대의 미지급금, 노사 갈등은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유류비, 운영비 등 미지급금은 2400억원으로,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져도 800억~1000억원의 채권이 남아있다. 김 전무는 “인수 의향 기업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적자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해고된 직원 605명 중 44명이 지난 14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제기하는 등 노사 갈등도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조종사노조는 내년 1월 초 현 경영진과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딸이자 이스타항공 이사였던 이수지씨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노동위 판결이 다음 달 나올 것 같은데 인수 후보 기업은 부당 해고로 판결 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도 매각 무산 책임을 두고 소송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9월 “제주항공 요구에 따른 영업 중단, 매출 동결이 없었다면 파산 직전의 상황에 내몰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주항공을 상대로 인수 계약 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