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트홈’ 현수는 왜 양말을 짝짝이로 신었을까[인터뷰]

입력 2020-12-25 06:00
배우 송강.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은 히키코모리 차현수가 철거 직전의 아파트 그린홈으로 이사 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온갖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이 살고 있지만, 현수의 욕망은 오직 죽음뿐이다. 그는 이사 온 날 자신이 죽을 날을 정하는데, 그날 일이 터진다. 이웃이 하나둘 괴물로 변한 것이다. 이곳에선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었다. 현수 자신도 마찬가지. 괴물화 되면서 내면에 선과 악 모두 들어찬 현수 역할은 배우 송강(26)이 연기했다.

송강은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칭찬을 많이 듣고 있는데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며 “대작의 주인공이 돼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18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스위트홈은 그린홈에서 인간의 욕망으로 탄생한 괴물과의 사투를 그리는 아포칼립스(인류멸망) 크리처물이다.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을 만든 이응복 감독의 넷플릭스 데뷔작으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현대 11개국에서 넷플릭스 차트 선두권에 드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스위트홈' 현수(송강)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송강은 2017년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로 데뷔했다. 넷플릭스와는 벌써 두 번째 합이다. 앞서 ‘좋아하는 울리는’에서 그가 주연을 맡았는데, 그 인연이 ‘스위트홈’으로 이어졌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이나정 감독이 ‘스위트홈’을 만들기로 한 이응복 감독에게 송강을 강력히 추천했다. 이응복 감독은 첫 만남에 그를 현수 역할에 낙점했다.

300억이 투입된 대작 ‘스위트홈’의 주연 현수 역을 맡은 건 그가 데뷔 4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그는 “제작비 얘기를 듣고는 부담감도 들었지만 감독님께서 ‘나는 너를 믿는다. 너도 나를 믿고 현수의 감정만 생각해달라’고 말해주셨다”며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악한 존재의 현수와 은둔형 외톨이인 현수를 동시에 연기할 수 있을지만 고민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생각만 많이 했어요. 머리가 아플 정도로요. 하지만 그러면 오히려 표현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하게 연기하기로 했어요. 히키코모리 현수를 연기할 때는 제 안의 가장 내성적인 면을 끄집어냈고, 악한 현수는 제 안의 가장 사악한 면을 이용해 연기했어요. 특히 입꼬리를 가장 비열하게 올리면서 내면의 악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배우 송강. 넷플릭스 제공

극 중 현수의 욕망은 죽음뿐이지만, 데뷔한 지 얼마 안 돼 신인 딱지를 뗀 송강의 욕망은 연기력뿐인 것처럼 보였다. 매 장면을 고민하고 연구했고,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했던 장면은 잊지 않기 위해 일기장에 적어뒀다. “어렸을 때 따돌림을 당해 은둔형 외톨이가 됐지만 괴물 출현 후 이웃을 지켜야겠다고 다짐하는 현수의 변화 과정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장면들이 만족스러웠죠. 하지만 현수가 차 안에서 가족을 원망하는 장면의 경우 더 상처받은 것처럼 연기했어야 했는데 아쉬움도 남아요. 이런 보완점들을 일기장에 다 적어놨어요.”

송강은 ‘스위트홈’으로 많은 걸 얻었다. 특히 연기자의 눈빛이 주는 힘을 알게 됐다. 송강이 괴물화가 되어가는 과정을 표현할 때 이응복 감독은 그의 눈빛을 클로즈업해 화면 가득히 담곤 했다. 단순한 흉내로는 어림없었다.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정이 눈빛에 묻어나야 했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감정의 폭이 더 넓어져서 좋아요. 눈빛에 신경 쓰지 않고 내면의 감정에 더 집중했더니 그게 눈빛으로 표출되더라고요. 이후 어떻게 내면을 눈으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을 줄곧 했어요. 만약 제가 괴물이 된다면 ‘눈알괴물’이 아닐까요?(웃음)

'스위트홈' 현수(송강)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히키코모리의 성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요소에도 신경을 썼다. 현실의 송강은 건장한 체격을 지녔지만, 극 중 현수는 왜소해야 했다. 송강은 몸집이 작아 보이려 어깨를 굽히고 한껏 웅크렸다. 체중도 감량했다. 현수가 짝짝이 양말을 신은 것은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다. 그만큼 현수 캐릭터에 애정이 깊고, 작품 이해도가 높은 연기자였다. “은둔형 외톨이인 현수는 옷이나 머리 등 외적인 부분에 전혀 신경을 안 쓰는 인물인데, 양말을 신을 때 짝을 맞추는 게 오히려 이상해 보였어요. 양말을 짝짝이로 신으면 어떻겠냐고 여쭤보니 감독님이 허락해주셨죠.”

송강은 드라마 캐스팅 전부터 원작 웹툰의 팬이었다. 웹툰과 드라마와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그는 휴머니즘을 꼽았다. “우리 드라마는 바깥으로는 음침하고 무거워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따뜻한 휴머니즘을 담고 있어요.”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