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앞서 공개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주최 세미나 영상 속 여성도 딸 조민씨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공익인권법센터장이었던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도 검찰 조사에서 “세미나에서 조씨를 본 적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전날 조씨의 서울대 인턴확인서가 허위라는 판결을 내렸다. 근거 중 하나로 세미나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아니라는 점을 꼽았다. 해당 영상 사진은 조씨의 서울대 인턴확인서가 허위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정 교수 측이 지난해 10월 공개했던 것이다. 조씨가 세미나에 참여하는 등 인턴 활동을 성실히 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에서도 해당 여성이 조씨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도 진행됐었다.
재판부는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아니라고 최종 판단했다. 우선 단국대 장영표 교수 아들 장모씨는 검찰과 법원에서 일관되게 “세미나에 참석한 다른 한영외고 학생은 없었고 조씨는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영상 속 여성은 조씨와 얼굴이 다르다. 조씨가 세미나에 왔다면 나와 함께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장씨가 세미나에서 한 외국 교수의 중국어 발표 장면이 기억난다고 말한 점 등에 비춰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미나에선 실제 중국어 토론도 이뤄졌다.
또 조씨 친구 박모씨는 세미나에서 발표자에게 영어로 질문을 하고 영상 속 여성은 뒤쪽으로 몸을 돌려 박씨를 쳐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 역시 일관되게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조씨를 보러 세미나에 간 측면도 있는데 조씨를 봤다면 못 알아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었다. 재판부도 이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또 한 원장은 검찰조사에서 “세미나장에서 조씨를 만나거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조씨를 소개받은 기억은 없다”고 진술했다. 조씨는 검찰조사에서 고교 동아리 회원 5~10명과 함께 세미나장 맨 뒷줄에 앉았다고 진술했었다. 하지만 영상 속 여성은 세미나장 중간에 앉아있고 일행도 남성 1명에 불과했던 점도 발목을 잡았다.
재판에서는 조씨에게 유리한 진술도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으로 근무했던 김모씨는 “영상 속 여성이 조씨”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약 10년 동안 조씨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 여성 옆모습만 보고 동일인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여성이 입고 있는 옷은 한영외고 교복이 아닌 점도 고려했다.
앞서 국과수는 이 여성과 조씨가 동일인인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곤란하지만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정결과도 제출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감정관이 “얼굴 등 특징점을 구분하기에 충분하지 않음” “세밀한 판독에 한계가 있음”이라고 판단한 점을 볼 때 여성과 조씨가 동일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조씨가 인턴 활동을 하기 위해 세미나에 참석한 것은 아니고 세미나 뒤풀이 참석을 위해 세미나가 끝날 무렵 온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밖에도 세미나 개최 전 조씨가 세미나 주제와 관련해 스터디를 한 사실이 없고 인턴 활동도 한 사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인턴확인서는 조 전 장관이 김씨의 도움을 받아 센터장 허락 없이 조 전 장관이 위조한 것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