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슬라’를 꿈꾸던 미국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가 연이은 협력 축소로 사면초가에 직면해 있다.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약속했던 업체들이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인 이후로 사실상의 결별을 선언하며 슬쩍 발을 빼는 모양새다. 니콜라는 생산 공장 건설 등 자체적인 노력을 더하고 있으나 스타트업 태생의 한계가 있어 협력 없이 나홀로 성장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한국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니콜라는 쓰레기 수거·재활용 업체인 리퍼블릭 서비시즈와의 친환경 트럭 공동 개발 계약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니콜라는 “두 회사의 신기술과 디자인 콘셉트 조합에 예상보다 더 긴 개발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 중단에 따라 리퍼블릭의 쓰레기 트럭 주문도 없던 일이 됐다. 니콜라는 지난 8월 리퍼블릭과 협력해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출 가스가 없는 친환경 트럭을 개발하기로 했다. 리퍼블릭의 구매 예정대수는 2500~5000대 규모였다.
자동차 업계는 니콜라가 개발 시간과 비용 등의 문제를 언급한 표면적인 이유와는 달리 사기 논란이 이번 협업 중단에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다. 니콜라는 지난 9월 미국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사기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미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니콜라의 창업자 트레버 밀턴이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했고, 연이은 협력 축소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니콜라의 몰락은 지난달 30일 대형 완성차 업체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픽업트럭 공동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지분 11% 취득을 포기하면서 본격화했다. GM은 픽업트럭 배저의 위탁 생산 계획을 취소하고, 수소연료트럭 부문만 니콜라와 협력하기로 했다.
이달 초에는 독일의 대형 부품업체 보쉬가 니콜라의 지분을 6.4%에서 4.9%로 줄였다. 보쉬는 2017년 니콜라의 수소연료전지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보쉬 측은 “지난 11월 30일 의무적인 초기 협업 기간이 만료돼 보유 지분을 줄인 것”이라며 “우리의 초기 투자는 수소기술 지원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협력 축소 발표가 나올 때마다 니콜라의 주식은 폭락하고 있다. GM의 협력 축소 발표 후 니콜라 주식은 26.9%, 보쉬 발표 이후에는 1.7%가 하락했다. 리퍼블릭과의 협력 축소가 결정된 이날은 전 거래일 대비 10.7% 하락한 15.0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