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숨긴 채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숨진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해 준 남성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과 CNN 등에 따르면 미국 로스엔젤레스(LA)행 여객기에 타고 있던 토니 알다파는 한 남성이 호흡곤란 등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호소하며 쓰러지자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안다며 발 벗고 나섰다.
비행기가 뉴올리언스로 긴급 우회해 비상 착륙하는 약 1시간 동안 그는 다른 두 승객과 함께 가슴을 누르는 등 심폐소생술을 계속 실시했다. 쓰러진 남성은 토니와 두 승객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간신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사망한 남성이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이미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탑승 절차에서 확진 사실을 숨긴 것이다. 이 남성은 승무원에게도 코로나19 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 남성의 아내도 “남편이 지난주 미각과 후각을 잃는 등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였다”고 뒤늦게 고백했다.
이에 토니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의심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지만 생명을 구하는 게 먼저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내 땀과 그 남자의 소변으로 뒤덮인 채 남은 비행을 했다”면서도 “누군가가 죽는 것을 멍하니 앉아서 지켜볼 수만은 없다. 더 빨리 나설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해 남성을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심폐소생술은 당시 그 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며 “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좋아하고, 10번 중에 10번 다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이것이 내 인생”이라고 언급했다.
토니는 현재 두통, 몸살, 기침 등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두 차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피로감과 기침 등 경미한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지난 22일 오전 다시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 측은 “해당 항공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발생할 경우 승객에게 추가 정보를 요청한 뒤 정보를 CDC와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지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다” “비행기에서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은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다. 용기를 내 준 토니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토니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속이는 건 너무 위험했다.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다” “이기적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사망한 남성의 행동을 비판하고 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