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머리띠 강제 지침? “간호사 아이디어였다”

입력 2020-12-24 16:02 수정 2020-12-24 19:17
한림대병원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병원 측에서 간호사들에게 착용하라고 한 크리스마스 머리띠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림대 성심병원이 최근 간호사들에게 ‘크리스마스 기념 머리띠를 착용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간호사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일이고 강제성은 없었다”며 논란을 바로 잡았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한림대병원 게시판에는 ‘간호사를 봉으로 아는 병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등장했다. 병원 측이 간호사들에게 크리스마스 장식이 달린 머리띠를 한 채 일하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폭로와 함께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작성자는 “연말까지 반짝이는 머리띠를 쓰라고 하는데 누가 노조에 일렀더니 ‘하기 싫은 사람은 하지 말라’고 했다더라”며 “간호사 댄스 사건처럼 또 한 번 뉴스에 나와야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림대 성심병원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라온 카카오톡 화면. 병원 측이 간호사들에게 크리스마스 머리띠 착용 지침을 전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공감한 또 다른 작성자는 직원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 일부를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사진에 따르면 부서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병동. 헤어핀. 밴드 착용건. 일자는 24일부터 착용합니다. 안 하고 싶어 하면 단체로 하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한다. 그러나 곧바로 “우리 병동은 모두 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여 머리띠 착용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작성자는 “간호부에서 간호사들만 크리스마스 때 이걸 쓰고 일하라고 한다. 정말 병원 수준이 창피하다”며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는 하는데 부서장이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안 하냐”고 토로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절대 강제성은 없었다”며 논란을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소아병동 아이들을 위해 간호사들이 사비를 내가며 같은 이벤트를 했었다. 올해 역시 한 간호사가 선한 의도로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회사가 지원한 것”이라며 “간호사가 1000명인데 구매한 머리띠는 300개다. 애초에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원하는 사람만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 논란까지 재조명되다 보니 아이디어를 낸 간호사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라며 “크리스마스이브 밤샘 근무에 힘든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지금도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부 부서장이 ‘우린 다 같이 하자’고 말한 게 전체 상황인 것처럼 알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