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GLC300e, GLC350e 등 M274 엔진을 장착한 모델에서 냉각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차주들은 경고등 점등 오류부터 냉각수 유출로 인한 엔진 교체 등 다양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구입한 지 이틀 만에 연기 피어올라
김모씨는 지난 10월 25일 GLC300e 쿠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몰고 부친의 묘소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불과 하루 전에 인수받은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다.
김씨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차량에 아내와 아이 그리고 모친이 타고 있었다”며 “서둘러 차를 주차했다.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는 곧장 벤츠 공식 딜러인 한성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시켰다. 당시 한성 측은 냉각수 호스가 녹아내렸다며 단순한 교체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량 출고일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6일 뒤 한성 측은 엔진을 교체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유출된 냉각수가 전기엔진으로 유입돼 엔진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처음엔 단순한 호스 교환이라고 설명했는데, 뒤통수를 세게 맞은 기분이었다”며 “새차인데, 차량의 엔진을 통으로 교체한다는 게 얼마나 큰일이냐”고 토로했다.
이후 과정은 더욱 분통터졌다. 김씨는 “수차례 연락을 해도 닿지 않았다. 10번 연락하면 1번 연락이 됐다”며 “한성 측에서 벤츠 코리아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시간만 속절없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환불은 안돼… 교환은 ‘상급 모델’로만
차량 교환을 해준다고 했으나 또 다른 마찰이 생겼다. 김씨는 “문제가 생긴 같은 모델 차는 다시 타고 싶지 않아 다른 모델로 교환을 요청했다. 원래 차량보다 가격이 낮은 차량을 요청했더니 한성 측에서 ‘저가 모델은 환급을 해야 해서 교환이 어렵다’며 상급 모델 구매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본 소비자에게 문제가 된 차량보다 고가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 것이다. 김씨는 “돈을 더 내고 사라는 이야기밖에 더 되냐”고 분개했다.
12월 8일 한성 측에서 차량 수리가 완료됐다는 연락이 왔다. 사고가 발생한 지 45일이 지난 무렵이었다. 하지만 사고 원인과, 수리 내역 등 자세한 설명은 들을 수 없었다. 더구나 김씨가 전달 받은 정비내역서에는 수리 완료 날짜가 11월 27일로 기재되어 있었다.
김씨는 “결함이 있었던 차량을 다시 타고 싶지 않다”며 “환불을 받기 위해 중재위에 신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냉각수 논란… 당신의 벤츠는 안녕하십니까”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벤츠를 두고 소비자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김씨처럼 벤츠 차량을 구매했다가 냉각수에 문제가 생겼다는 글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A씨도 김씨와 같은 차량을 구매했다가 냉각수 경고등 오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는 “11월 3일 차량을 인도받고 귀가하던 중 불량이 발생했다”며 “할부금과 보험금은 나가고 있는데 차량은 만져보지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최근 차량 수리를 완료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수차례 교체한 뒤에야 문제를 잡은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벤츠 차량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뭐가 문제였고, 어떻게 개선했고, 기존이랑 뭐가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A씨 역시 해당 건을 중재위에 신고했다며 자신이 원하는 건 교환이 아닌 환불이라고 말했다.
벤츠 측은 냉각수 논란에 대해 차량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결함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벤츠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함은 원인을 발견해 수리가 완료된 건”이라며 “하나의 현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교환.환불 관련 분쟁에 대해선 “중대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불편을 겪은 고객에게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고객과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업셀링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이와 관련해 한성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전했다. 업셀링은 같은 고객에게 이전에 구매한 상품보다 더 비싼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을 의미한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