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웅, 박원순 피해자 편지·실명 공개논란…“기술적 착오”

입력 2020-12-24 15:16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생일 축하 편지와 함께 피해자의 실명이 유출돼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 3장을 공개했다. 그는 사진과 함께 “이 게시물을 보시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다. 잊으면 잃어버리게 된다”며 “경찰 및 인권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편지는 각각 2016~2018년 작성된 것으로 A씨가 박 전 시장의 생일을 축하하며 “건강하셔야 한다” 등의 안부를 걱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같은날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박원순 시장 비서의 손편지’라는 제목과 함께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를 공개했다.

그는 공개한 편지 내용에 대해 “자, 어떻게 읽히냐. 4년간 지속적인 성추행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주장한 여성이 쓴 편지”라며 “2019년 9월에는 자기 동생 결혼기념 글까지 부탁한다. 성추행한 사람에게 그런 걸 부탁할 수도 있는 모양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교수가 편지 사진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실명과 신상 정보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오매 부소장 페이스북 캡처,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오매 부소장은 같은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피해자가 업무시 시장 생일에 제출한 생일 편지를, 그것도 실명까지 오늘 SNS에 올렸다”며 “피해자를 공개하고 위협하는 행동을 즉각 멈추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어디까지 피해자를 착취하냐”라고 반문한 뒤 “시장 생일마다 온 비서실 직원들이 다같이 쓰는 ‘시장님 사랑해요’ 편지와 영상들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답하라. 아무도 안 쓰는 시장 생일 카드를 피해자 혼자서 써서 애초부터 의아했다고 입증하기 바란다”고 일갈했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민 전 비서관 등이 SNS로 피해자의 편지와 실명을 공개한 사실에 대해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대상”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웅 경희대 교수 페이스북 캡처

실명 노출로 논란이 일자 김 교수는 23일 밤 ‘박원순 비서 손편지 공개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실명 노출은 의도치 않은 과정 상 기술적 착오였다”며 “게시 즉시 곧바로 실명을 가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걸 문제 삼아 정작 내용의 논의를 막으면 안된다”며 “사과를 요청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다. 지금 사과를 하지 않는 이유는 피해주장 여성의 목소리를 이제껏 들은 바 없어서 사과의 당사자를 구체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과가 필요하면 그 필요에 동반해서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하는 바다”라고 주장했다.

김남명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