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OTT ‘쿠팡플레이’가 의미하는 것

입력 2020-12-24 14:39
쿠팡 제공


수백만 회원을 보유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강자 쿠팡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출시했다. 넷플릭스 등 해외사업자와 국내사업자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OTT 시장에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쿠팡은 “24일부터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쿠팡플레이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아 기존 쿠팡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아직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다운받지 못한다. 쿠팡은 “iOS·태블릿PC·스마트TV·PC버전도 출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와우 멤버십 회원은 별도 비용 없이 쿠팡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지난 7월 싱가포르 OTT 업체 훅(Hooq)의 소프트웨어 부문을 인수하는 등 OTT 시장 진출 발판을 닦은 쿠팡의 이번 실험은 아마존프라임비디오와 결이 유사하다. 미국 이커머스 ‘공룡’ 아마존이 2011년 선보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 미국 4위 OTT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쿠팡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이 밝힌 회원 수는 2018년 기준 100만명으로, 코로나19로 유통 시장이 커진 현재는 5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출범한 지 1년이 된 올해 회원 수 1000만명을 돌파한 토종 OTT 웨이브와 바로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OTT 업계는 “서비스 시작부터 피 튀기는 OTT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쿠팡플레이의 최대 강점은 ‘가격’이다. 멤버십 회원비인 월 2900원은 국내 최저가인 KT 시즌 5500원(‘시즌 플레인’)보다도 2500원가량 싸다. 넷플릭스·왓챠 등 기존 OTT 월 정기 요금과 비교하면 최대 3분의 2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계정 1개당 5개 프로필을 구축할 수 있어 5명이 나눠 내는 방식도 가능하다. 여기에 무료 로켓배송과 신선식품 새벽·당일 배송 등 쇼핑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기존 회원은 멤버십 유지를, 비회원은 가입을 이끄는 강력한 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콘텐츠 경쟁력이 쿠팡플레이의 성패를 판가름낼 전망이다. OTT가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수 플랫폼에 동시 유통되는 콘텐츠가 아닌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 2016년 국내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국내 유수의 제작진과 손잡고 ‘킹덤’ ‘인간수업’ ‘보건교사 안은영’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쏟아냈고, 웨이브는 영화감독과 협업한 ‘SF8’을 비롯해 해외 인기 드라마를 독점 공개하고 있다. 왓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쿠팡플레이가 매력적인 오리지널 라인업을 꾸리기까지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인기 드라마·예능·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과 함께 미국 TV서비스·교육형 TV콘텐츠로 선명성 경쟁에 나서는 쿠팡은 브라이언 크랜스톤 주연의 미국드라마 ‘존경하는 재판장님’이나 교육형 뉴스 콘텐츠 ‘CNN10’ 등을 차례차례 공개한다. 김성한 쿠팡플레이 총괄 디렉터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자체 제작 등 차별화된 서비스도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쿠팡플레이는 내년 OTT 시장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웨이브·티빙·시즌·왓챠 등 부지기수로 많은 플랫폼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꼽히는 콘텐츠 기업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도 내년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플의 애플TV플러스나 아마존프라임비디오도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디렉터는 “쿠팡은 독창적인 서비스로 고객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와우 회원들은 쿠팡플레이로 언제 어디서나 무제한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