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네임 ‘영강’으로 성착취물 올리던 배준환 징역 18년

입력 2020-12-24 13:17 수정 2020-12-24 18:42
미성년 이용 성착취물 제작 범죄로 신상이 공개된 배준환(37)이 지난 7월 17일 오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청소년 44명 등 여성 52명의 성착취 영상물 수천개를 만들고 음란사이트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준환(37·경남)에게 징역 18년이 선고됐다.

24일 제주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10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했다.

재판부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러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고, 일부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배씨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기콘(기프트콘)’이나 ‘문상(문화상품권)’을 준다며 청소년들을 유혹해 청소년 성착취 영상물 1293개, 66.5GB 분량을 제작했다.

지난 3월부터 경찰에 붙잡히기까지 4개월 간 그가 피해자를 유인하기 위해 개설한 채팅방은 1000개에 달했다. 배씨는 다수의 채팅방을 동시에 운영하면서 피해자들에게 보낼 상황별 메시지를 미리 작성해놓고 메시지 자동완성 기능을 이용해 발송하는 등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확보한 영상은 날짜별 피해자별로 정리해 축적하고 음란사이트에 연재하듯 차례로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청소년들은 44명에 달했다. 나이는 만11세에서 16세였다. 이중 중학생 2명에게는 성매매를 직접 알선했다.

배씨는 또, 성인 여성 8명과는 직접 성관계를 하며 촬영한 불법 영상물 907개를 인터넷에 유포하기도 했다.

배준환은 전직 영어강사였던 이력을 줄여 ‘영강’이라는 닉네임으로 각종 게시물을 연재했다.

특히 성 착취물에 자신의 닉네임이 적힌 종이가 노출되도록 했다. 음란사이트 이용자들이 자신을 추앙하는 댓글을 달면 이를 따로 파일로 정리해 보관하는 행동도 확인됐다.

제주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는 배씨 사건에 대해 n번방·박사방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이후 오히려 성착취 영상물 제작에 열을 올리는 등 죄질이 나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이라고 판단, 만장일치로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배씨는 n번방과 박사방 사건을 제외하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피의자 신상정보가 공개된 첫 사례였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