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추위 속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의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한 부검이 24일 실시된다.
경기도 포천경찰서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온 후 이를 바탕으로 업주와 동료 근로자들을 참고인으로 추가 조사하며 과실 여부를 따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숨진 근로자 A씨가 지내던 숙소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이다. 사건이 발생한 숙소는 비닐하우스 구조물 내에 지어진 샌드위치 패널 건물로 방 3개와 화장실, 샤워실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이 지난 23일 현장조사해 위법성 여부를 판단 중이다.
앞서 포천 이주노동자센터 등은 현장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당일 숙소에 난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A씨 외 동료 근로자들은 인근 근로자 숙소에서 잠을 잤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동사로 추정된다”면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아직 동사 등으로 판단할 만한 증거는 없다”며 “건축물의 불법성, 부실 관리 등이 사망 원인과 연관 있다고 판단되면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A씨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는 열악한 주거환경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0대 캄보디아 국적 여성인 A씨는 지난 20일 포천시 일동면의 한 숙소용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당시 A씨는 이불 속에서 니트 재질의 옷을 입고 숨져 있었으며 각혈한 흔적이 발견됐다. 현장에서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A씨는 4년 전 한국에 들어와 최근 이 농장에서 채소 재배 등의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14일 비자가 만료되는 터라 일단 캄보디아로 돌아간 후 다시 한국에 와 이 농장에서 계속 근무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빠른 재입국과 재취업이 가능한 ‘성실 근로자’였다고 한다.
A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19∼20일 포천 일동 지역에는 한파특보 속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