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여직원 ‘헤드락’ 건 대표… 대법 “성추행 맞다”

입력 2020-12-24 11:20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에게 이른바 ‘헤드락’을 건 대표의 행위는 성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4일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회사 대표 A씨(5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5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B씨(여·27) 등과 회식을 하다가 갑자기 B씨에게 팔로 머리를 감싸고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일명 ‘헤드락’을 걸고, 주먹으로 머리를 두 차례 치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양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카락을 잡은 채 흔들고, 어깨를 몇 차례 친 것으로도 조사됐다.

A씨는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애정과 이직하려는 듯한 피해자에 대한 섭섭함이 다소 과격하게 표현된 것일 뿐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B씨가 경찰 조사에서 “불쾌하고 성적 수치심이 들었다”고 진술한 점, 회식 당시에 울음을 터뜨렸던 점, 당시 회식 자리에 있던 다른 대표가 A씨의 행위를 계속 말린 점 등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의 언동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일반적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까지는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추행 당시 정황 등에 비춰 강제추행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