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가 불법 주정차 단속 자료를 무단 삭제하고 과태료를 부정하게 면제해준 특혜가 사실로 드러났다.
주로 전·현직 구청 공무원과 구의원들이 부정 청탁을 했고, 면제 권한을 가진 다수의 공무원이 세금이나 다름없는 과태료 4만 원을 인심 쓰듯 내지 않도록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1월 18일까지 3년간의 과태료 면제 기록 228건을 자체 조사한 결과 61.4% 140건이 면제대상이 아닌데도 무단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24일 밝혔다. 단속 중복과 증거사진 불충분 등 적절한 면제사유가 아니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청탁을 받고 과태료를 면제해줬다는 것이다.
교통질서를 바로잡고 불법 주정차에 따른 병목현상·차량정체 등을 막기 위한 단속이 일부 계층에는 아무 소용도 없었던 셈이다. 구의원과 간부공무원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지위고하 가릴 것 없이 도덕불감증이 광범위하게 퍼진 셈이다.
부정청탁을 한 이들은 현직 구의원 2명(3건), 5급 공무원 8명(10건), 퇴직공무원 14명(18건), 6급 이하 공무원 60명(82건), 공무직·기간제 공무원 16명(20건) 등 100명의 기초의원과 전·현직 공무원으로 밝혀졌다. 7건은 공무원 등 구청 관계자가 아니어서 신원확인이 되지 않았다.
서구는 업무 편의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이용한 손쉬운 면제 처리가 가능하도록 허용한데다 공무원 2명과 공무직 9명 등 11명에게 면제 권한을 부여해 이 같은 부정행위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구의 자체 조사결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에도 이 같은 불법 면제와 특혜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데도 조사기간과 대상을 3년간으로 한정한데다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직접 조사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이 같은 과태료 무단 면제는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지난달 19일 불시 감사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서구는 이에 따라 과태료를 면제받은 140건에 대해 가산금이 포함된 금액을 다시 청구하고 과태료 면제권한을 가진 단속 자료 검수인력을 공무원 1명(공무직 2명 지원)으로 축소하는 등 재방 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과태료 면제 결정에 앞서 부서장의 결재를 받도록 관리체계도 이중으로 강화하기로 했으나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구는 국무조정실 감사결과가 최종 통보되면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불법 주정차 과태료 부정청탁에 연루된 공무원에 대해 합당한 인사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대석 서구청장은 “이번 일을 거울삼아서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고 행정의 신뢰성을 회복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