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했다” 아들 딸 암매장한 부모의 최후진술

입력 2020-12-24 10:18 수정 2020-12-24 10:34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두 아이는 생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부모에게 죽임을 당했고 차가운 땅에 아무런 표지 없이 암매장됐습니다. 살아남은 첫째는 한겨울 반팔 차림으로 속옷도 없이 시설에 인계됐습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모텔방에서 세 아이 중 두 아이를 살해한 부모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사는 이렇게 호소했다. 자식을 죽인 젊은 부부는 검찰의 최종의견이 이어지는 내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보였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부장판사 박재우)는 23일 황모(26)씨와 아내 곽모(24)씨의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 등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황씨는 2016년 9월 14일 둘째 딸을 두꺼운 이불로 덮어둔 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하고 지난해 6월 13일 생후 10개월 된 셋째 아들의 목을 엄지손가락으로 수십 초 동안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곽씨 역시 남편의 이같은 행동을 다 알고도 말리지 않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모든 인간의 생명이 귀중하지만 이제 막 태어난 아이의 생명은 더없이 소중하다. 더욱이 피고인들은 두 아이의 친부모였다”며 “부모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있고 낳기만 하고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피고인들은 고귀한 생명을 둘이나 앗아갔다”고 분노했다.

이어 “법의학적 증거와 현장검증 결과 사건 전 학대 사실, 황씨의 충동조절장애 병력 등 객관적 증거에 피고인들의 상호 모순 없는 상세한 자백 진술을 종합하면 황씨의 살인죄와 곽씨의 아동학대치사죄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1심 구형과 마찬가지로 황씨에게 징역 30년, 곽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의 최종의견이 약 10분간 계속됐고 부부는 고개를 숙였다. “부모 1명이 학대를 하면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나머지 1명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곽씨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씨는 최후진술에서 새 삶에 대한 희망을 품다가도 자책하기를 반복했다고 털어놓으며 “1심에서도 그랬지만 살인은 부인하고 싶다. 다른 죄로 처벌한다면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책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잘못을 깨우쳤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곽씨는 “솔직히 변명할 건 없다. 아이를 정말 사랑했고 고의라는 건 없었다. 주시는 벌 달게 받겠다. 잘못한 거 아는데 아이들에게 용서를 빌 수 있게 기회를 좀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자 이를 듣던 황씨도 눈물을 터뜨렸다.

앞서 1심은 이들 부부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살인의 고의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시신은닉, 아동학대, 아동 유기·방임, 양육수당 부정수급 혐의는 유죄로 보고 황씨에게 징역 1년6개월, 곽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과 황씨는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 법정에서는 5살인 부부의 첫째 아들이 “막냇동생이 울 때마다 아빠가 목을 졸라 기침을 하며 바둥거렸다”고 진술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3일 열린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