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눈치없는 초등 1학년 아이

입력 2020-12-24 09:58

초등학교 1학년 K는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야 넌 왜 그렇게 뚱뚱해?” “넌 이것도 모르냐? 머리가 나쁜가 봐”라는 말을 상대 앞에서 서슴없이 한다. 친구들은 K의 말에 상처를 받지만, K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실수를 반복한다. 아이들은 점점 K를 피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입학 연령 만 5~7세가 되면 아이들은 조금씩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한다.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사람이 감정과 말, 행동이 서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상대의 행동이 기분 나쁘더라도 참고 표현을 안 하기도 하고, 상대가 기분 나빠할 만한 말을 피하기도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잉어 브레더튼은 이 시기 아이는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인 앞에서 감정이나 생각을 감추거나 위장할 수 있는 ‘초보적인’ 통제 능력을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예컨데 자신이 친구를 물건을 망가뜨렸을 때에도 속마음과 달리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다. 어른들만큼은 표정까지 달리 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감정이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상대의 감정을 배려해 위장할 수 있는 포인트는 사회성 발달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하지만 K는 자기의 감정을 위장하지도 상대의 감정을 짐작하지 못한 채 직설적으로 말하고 있어 사회성 발달이 늦다고 볼 수 있다.

아이의 사회성 발달 과정을 이해하려면 우선 아이가 ‘자신(자아)’과 ‘타인’의 존재를 언제부터 아는지, 그리고 긍정적인 자아 개념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자아 개념은 아이가 타인과 세상을 만날 때를 대비해 가장 기본적인 준비물이다. 아이들은 생후 18개월인 아이는 자기 얼굴을 알고, 사진을 보고 자기를 찾는다. 그러다 만 3~4세가 되면 좀 더 분명해진 자아 개념이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소유개념이다. 아이는 물건이나 사람에 대해 ‘내 인형’ ‘내 장난감’ ‘우리 엄마’라는 말을 쓸 줄 알게 된다. 아이의 자아개념이 자신을 넘어서 자신에게 속한 물건(대상)에까지 확대되는 거다. 그래서 이 또래 아이들은 장난감이 자기 것이라고, “내 거야!” 하고 주장하며 다투기도 하고 조금 더 지나면 타협하는 방법도 배우며, 갈등을 해결하기도 한다.

입학할 나이가 되면 아이의 자아 개념은 훨씬 성숙해진다. 자신을 소개할 때 다양한 차원에서 설명이 가능하다 “나는 여덟 살이고 나는 우리 집 강아지 똘이를 좋아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중심성의 탈피(de-centering)’가 급격히 발달해서 타인의 감정이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안다. 그래도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라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남아 있을 수는 있다.

아이가 사회성 발달의 가장 기초는 상대 마음을 읽는 거다. 상대가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태의 표정, 행동만 보고도 기분이 어떠한지를 안다. 선천적으로 이런 능력이 부족한, 눈치 없는 아이들도 있지만 부모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아이가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아이의 마음을 더욱 열심히 읽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자신의 감정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도 읽을 수 있게 되어, 상대가 상처받을 말을 피하고,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구별하게 된다.

또 주변 사람, 또래와의 관계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주어 친사회적인 행동을 배우도록 해주자. 요즘 코로나 시대로 인한 언택트 시대, 아이들의 사회적 경험이 많이 부족해질 수 있다. 이런 환경은 사회성이 부족하게 타고난 아이들의 발달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아이들의 1년의 공백은 어른들의 5년, 10년에 맞먹는 공백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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