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딸 죽인 살인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합니다”

입력 2020-12-24 09:49 수정 2020-12-24 10:44
SBS '궁금한 이야기 Y',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당진 자매 살인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범인의 신상공개와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를 호소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딸의 남자친구가 제 딸과 언니인 제 큰딸까지 살해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24일 오전 9시 기준 2만3000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2020년 6월 25일 둘째 딸은 남자친구와 자취방에서 술을 마시며 다퉜다. 딸의 술주정과 나무람에 분노한 남자친구는 만취해 잠든 둘째의 배 위에 올라타 양손으로 목을 졸라 그 자리에서 딸을 살해했다. 그놈은 일부러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목을 졸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놈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큰애의 집으로 올라갔다. 작은 방 창문을 통해 침입한 후 큰애가 오기만을 숨어서 기다렸다. 일을 마치고 귀가한 딸이 샤워를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딸을 뒤에서 덮쳐 왼손으로 목을 움켜잡고, 오른손으로 입을 막은 채 안방으로 끌고 가 침대에 눕혀 억압했다. 휴대전화, 카드, 차량 등 금품을 갈취한 후 목을 졸라 그 자리에서 무참히 살해했다”고 했다.

그는 “딸의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에게 딸인 척 문자나 카톡에 답장했고, 범인에게 속아 두 딸의 시체는 한참 지나 발견됐다. 도피하면서 피시방에서 태연하게 제 딸의 돈으로 게임을 즐기고, 게임 소액결제까지 하면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대범함을 보였다. 큰딸이 운영하던 식당에까지 침입하려 하였고, 주방 이모의 신고로 붙잡혔다”며 살인 후 범인의 행각을 나열했다.

청원인은 “이 범죄자는 이미 절도, 강도 3범에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으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그런데도 심신미약을 주장하고 반성문을 계속 제출하며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기 위한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매일 법원을 오가며 탄원서를 제출하고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지만 12월 지금까지 법원에서는 1심 재판도 안 끝난 상황이다.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또다시 인권 문제로 거절당하고 있다”며 “흉악한 강도 살인자의 신상공개를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 강력한 처벌을 주고 관리를 해왔다면 이런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끝으로 “(범인이) 사형선고받는 것을 봐야 하늘에 가서도 두 딸 얼굴을 볼 면목이라도 생길 것 같다”며 “친애하는 대통령님, 부디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유가족들이 지난 7월 올렸던 국민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유가족들은 앞선 7월에도 ‘충남 당진 자매 살인사건 용의자 신상공개와 처형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을 게시한 바 있다. 청원 동의자가 1만3791명에 그쳐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도 유가족들은 “무고한 자매가 정신이상자로부터 살해당했다. 하루아침에 부모는 자식 둘을 잃었고, 아이들은 엄마를 잃었다”며 “가해자는 ‘나는 정신질환자라 감형될 것’이라고 말했다더라”고 신상공개와 엄벌을 촉구한 바 있다.

당진 자매 살인사건은 지난 6월 25일 오후 10시30분쯤 발생했다. 경찰은 “딸과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피해자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자매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붙잡힌 범인은 8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현재는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김수련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