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차기 위원장에 강경 투쟁을 공약으로 내건 양경수(44)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이 당선됐다. 민주노총의 대정부 투쟁 노선도 한층 힘을 얻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24일 차기 위원장, 수석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결선 투표 결과를 공개하고 기호 3번 양경수 후보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양 후보와 한 조를 이뤄 출마한 윤택근 후보와 전종덕 후보는 각각 수석 부위원장과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이들은 내년 1월부터 3년 동안 민주노총 지도부를 맡게 된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양 후보 조는 총 투표수 53만1158표 가운데 28만7413표(55.7%)를 얻었다. 사회적 교섭을 공약으로 내걸고 결선에 오른 기호 1번 김상구 후보 조는 22만8786표(44.3%)에 그쳤다.
양 후보는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 하청 분회장을 지냈다.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 가운데 첫 비정규직 출신이다. 선거운동 기간에도 자신이 40대 젊은 후보라는 점과 함께 ‘비정규직 후보’임을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다만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의 지지를 받은 양 후보는 정파 구도로 보면 주류에 속한다. 이번 선거도 정파 간 대결 구도로 진행되면서 초기부터 양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양 후보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1차 투표에서도 큰 표 차로 1위를 차지했다.
선거 기간 선명한 투쟁 노선을 내건 양 후보는 합동 토론회에서 위원장에 당선되는 즉시 총파업 준비에 착수하겠다며 내년 11월 3일을 총파업 날짜로 제시했다. 양 후보 당선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중 민주노총과의 노정 관계는 한층 얼어붙을 전망이다.
직전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제안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했지만, 지난 7월 대의원대회에서 합의안 추인을 얻지 못해 사퇴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들어간 민주노총은 최근에는 정부·여당이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경영계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노조법 개정을 밀어붙인 데 반발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정부·여당이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를 낸 기업을 처벌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소극적인 데 대해서도 민주노총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정파 구도와 유리한 정세에 힘입어 낙승을 거뒀지만, 그의 앞엔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도 놓여 있다.
더욱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양 후보 캠프는 여러 차례 부정행위로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를 받았다. 일부 가맹 조직에서는 조합원을 동원하는 방식의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양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확산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