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4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장관에 임명할 방침이다. 청와대도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는 대로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야당은 변 후보자의 막말 등을 이유로 부적격 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한다면 변 후보자는 현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하는 26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
민주당은 전날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장관이 되면 잘하리라 믿는다”며 변 후보 지지 입장을 강조했다. 변 후보자가 ‘구의역 사고’ 희생자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을 해 공분을 산 점을 우려하면서도 장관 임명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변 후보자가 과거 막말에 대해선 사과했고, 변 후보자 자녀의 인턴 경력 문제와 SH공사 사장 재직 시 지인 고위직 채용 문제 등에 대해서도 낙마할 정도로 심한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야당은 확인되지 않은 불분명한 사실로 근거 없이 인신공격하는 일을 자제하기 바란다”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변 후보자가 위장전입, 탈세, 병역면탈, 논문표절, 부동산 투기, 성 관련 범죄, 음주 운전 등 이른바 문재인정부의 ‘7대 고위공직자 인사 배제 기준’에 해당하는 사항이 없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능력도 인정된다며 ‘적격’ 의견을 낼 전망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국토위(30명)의 민주당 의원이 1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는 데다 국토위원장까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어 여당 단독 의결이 가능한 구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4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속개하고 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의 건을 상정해 의결에 나설 전망이다.
여당 의원들은 청문회 내내 변 후보자를 방어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변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자 “청문회장을 정쟁 자리로 변질시키지 말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은 최근 변 후보자가 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가 논란이 된 동탄 임대주택과 관련해 “더 좋은 임대주택을 짓겠다는 정부 의지를 천명하는 자리였지만 가짜 뉴스로 그런 논의가 모두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의 데스노트가 변 후보자에게 적용될지도 관심이다. 20대 국회 당시 정의당의 부적격 판단은 곧 낙마로 이어져 데스노트라는 별칭이 붙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안경환(법무부)·조대엽(고용노동부)·박성진(중소벤처기업부)·조동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최정호(국토교통부) 장관을 줄줄이 낙마시키는 데 기여한 데스노트는 2019년 3월 이후 자취를 감췄다. 특히 ‘조국 사태’ 당시의 침묵은 정의당에 큰 후유증을 남겼다.
정의당은 변 후보자의 구의역 김군 발언 등을 근거로 부적격 의견을 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식적인 입장 채택은 고민하고 있다. 같은 당 안에서도 변 후보자의 ‘막말 파문’에 대한 시각차가 있는 상황이다.
심상정 의원은 최근 당 의원총회에서 “‘사람이 먼저다’를 내건 정부라면 이런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마땅하다”면서도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될 때만 장관 후보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지만 수용의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같은 날 논평에서 “변 후보자는 산재 유족들과 청년들로부터 결국 용서받지 못했다”며 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당내 의원들이나 지도부는 굉장히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면서도 “당에서는 청문회까지는 보고 최종 판단을 하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만약 야권의 반대에도 청와대와 여당이 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청문회 무용론이 다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가 장관을 포함한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책 능력 검증만 공개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이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가 재발하는 걸 막자는 취지인데, 공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알아야 할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제안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8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요청한 것을 국민의힘 등 야권이 수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박 의장과의 환담에서 “국회 청문회 제도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검증이 과하게 이뤄지면서 좋은 인재를 쓰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청문회 제도가 국회가 추진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면 변 후보자의 막말 관련 질의는 비공개되고, 부동산 문제 해결 방안 등 정책 질의 부분만 국민에게 공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야권 관계자는 “어차피 청와대 마음대로 하는데 굳이 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를 못 느끼겠다”며 “청문회 제도가 개선되면 청문회 무용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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