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새 위원장에 양경수 당선…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입력 2020-12-24 02:58 수정 2020-12-24 03:18
지난 10일 오전 서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2020 민주노총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 결선 투표 후보자-언론사 초청 합동토론회에서 양경수 기호 3번 위원장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인 양경수(44)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이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에 당선됐다. ‘강경 투쟁’을 공약으로 내건 양 당선인이 민주노총을 이끌게 되면서 대정부 투쟁 노선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제10기 임원 선거 결선투표 결과 기호 3번 양경수 후보가 당선됐다고 24일 밝혔다. 민주노총 측은 “양경수 후보가 유효투표자 대비 과반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대화’ 추인에 실패한 김명환 전 위원장이 사퇴한 지 154일 만이다.

양 당선인은 총투표수 53만1158표 가운데 28만7413표(55.7%)를 얻었다. ‘사회적 교섭’을 공약으로 내걸고 결선에 오른 1번 김상구 후보(22만8786표·44.32%)를 5만8627표 차이로 앞섰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3년이다. 양 당선인과 한 조를 이뤄 출마한 윤택근 후보와 전종덕 후보는 각각 수석 부위원장과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양 당선인은 2007년 기아차 화성공장의 완성차 운전 일용직으로 입사해 2013년 비정규직 신분으로 기아차지부 사내하청 분회장을 맡았다.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 가운데 첫 비정규직 출신이다. 2015년에는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363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다. 2016년 12월에는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을 맡았고 한 차례 연임해 4년여간 경기지역 노동 현안 해결에 힘썼다. 지난해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을 조직하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40대 젊은 후보’와 ‘비정규직 후보’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면서 정파 구도 주류에 속했다. 사회적 대화보다 강력한 투쟁 정신으로 민주노총을 이끌겠다는 각오가 확고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말기 노정 관계는 한층 얼어붙을 가능성이 커졌다.

양 당선인은 위원장 후보에 출마하면서 “당선 즉시 내년 11월 3일 총파업을 목표로 준비에 착수하겠다”며 “택배, 요양, 돌봄, 배달, 콜센터 등 필수 노동자를 위한 공동 투쟁에도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 방송국과 청소년 노동인권 교과과정을 만들고 재난 시기 해고 금지 목표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양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정파 구도와 유리한 정세에 힘입어 낙승을 거뒀지만, 민주노총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양 당선인 측 캠프는 여러 차례 부정행위로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 경고를 받았고 일부 가맹 조직에서는 조합원을 동원하는 방식의 조직적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