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날둠 이적 갈림길 D-7…‘디펜딩챔프’ 리버풀의 선택은

입력 2020-12-24 06:0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미드필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이 지난 6일 울버햄턴과의 경기에서 팀의 2번째 골을 기록한 뒤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다툼 중인 디펜딩챔피언 리버풀이 핵심 전력인 조르지니오 바이날둠(30)의 계약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바이날둠을 남기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영향받은 팀의 재정 상황과 장기·고액계약 체결이 장기적으로 팀의 정책에 미칠 영향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24일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바이날둠의 계약은 내년 6월까지다. 계약종료 6개월을 남겨둔 상태에서 다른 팀과 사전협상이 가능한 ‘보스만 룰’에 따라 일주일 뒤인 다음달 1일부터 바이날둠은 다른 팀과 이적 협상을 할 수 있다. 현재 바이날둠에는 지난여름 이적시장에서부터 관심을 보인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세리에A 인테르 밀란 등이 영입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날둠은 지난 이적시장에서 리버풀이 티아고 알칸타라를 영입해오면서 다른 팀으로 갈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계약기간도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같은 포지션의 바이날둠을 제값에 팔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리버풀은 만일을 위해 바이날둠을 팔지 않은 채 팀에 남겼고 이는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 됐다. 올 시즌 알칸타라가 코로나19, 무릎 부상으로 날려 먹은 경기는 14경기다. 리버풀로서는 대체자원인 바이날둠이 없었다면 큰일 날 뻔한 상황이었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바이날둠과의 계약을 남은 일주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리버풀의 향후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날둠 외에도 리버풀의 ‘코어(핵심)’ 선수인 조던 헨더슨, 버질 반다이크, 조엘 마티프,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 등이 20대 후반 또는 30줄에 들어섰기에 이번 결정이 앞으로 리버풀이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가늠할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리버풀에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했으나 나이가 서른 줄에 이른 선수를 구단이 고액을 써서라도 붙잡느냐, 혹은 처분하고 다른 자원을 길러내느냐의 차이다.

디애슬레틱은 가장 잘못된 선택의 사례로 최근 부진한 아스널이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과 재계약 했던 일을 들었다. 2018년 2월 당시 29세던 외질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아스널과 주급 35만 파운드(약 5억2000만원)에 3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 당시 아스널의 전력에서 외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외질은 전술적 활용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 후 3년간 외질은 단 48경기에서 6골 5도움만을 기록했다.

올해 서른하나인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의 경우도 아직까지는 실패 사례로 꼽힐만하다. 지난 9월 FA컵 우승에 성공한 뒤 아스널은 오바메양과 극적으로 25만 파운드 주급에 3년 계약을 맺었다. 또 첼시에서 내놓은 윌리안을 32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3년 계약으로 데려왔다. 디애슬레틱은 과거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지도하던 2000년대 후반 아스널이 특정 나이 이상 선수와는 1년짜리 재계약만 맺어 비판받았던 점을 상기시키며 “벵거 시대가 지난 뒤 아스널이 또다른 극단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바이날둠의 상황은 묘하게도 포지션 경쟁자인 알칸타라를 두고 바이에른 뮌헨이 처했던 상황과 겹친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트레블(3관왕)’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활약했지만 29세에 이른 알칸타라에게 재계약을 제시하지 않고 리버풀에 넘겼다. 알칸타라가 이적 뒤 부상으로 신음하면서 이는 옳은 판단이 됐다. 결국 어떤 결과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그 타당성이 사후 평가받을 수 있는 판단이지만, 리버풀이 앞으로 핵심 멤버가 줄줄이 비슷한 나이에 접어들며 같은 갈림길을 여러 번 맞닥뜨려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과거 로베르토 만시니와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이 지휘한 세대의 맨체스터 시티도 일례다. 야야 투레와 뱅상 콤파니, 다비드 실바와 세르히오 아게로를 팀에 붙잡아두는 선택은 분명 전력 유지에 도움이 됐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세대로 팀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디애슬레틱은 리버풀이 앞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더라도 전력 비중이 큰 바이날둠을 예외로 남겨둘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맨시티뿐 아니라 과거 EPL 우승 단골이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 아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퍼기의 아이들’로 불리던 1990년대 후반 세대에서 ‘더블(2관왕)’을 이룬 2000년대 후반 세대로 건너오기까지 핵심자원을 교체하면서 한동안 리그 우승을 다른 팀에 내줬다. 당시 맨유는 서른 살을 넘어선 주전급 선수 대부분에게 2년 이상의 계약을 제시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했다. 대부분은 계약기간 1년이 남은 상황에서 2년 계약을 맺어 실질적으로 기간을 1년 연장하는 식이었다. 박지성을 포함해 라이언 긱스나 폴 스콜스 등 구단의 상징적인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