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반전” 현실외면 화법… 전문가들 ‘양치기 소년’ 우려

입력 2020-12-23 18:17
정세균 국무총리가 23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 총리는 "정밀방역과 참여방역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새해 아침에는 훨씬 호전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최근 주춤하자 유행의 반전을 기대한다며 연일 희망 섞인 발언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23일에는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두 번째로 많은 1092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극적인 감소세가 나타나기 어렵다며 보다 신중한 대국민 메시지를 주문했다.

최근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급격한 확산세는 한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 686명이었던 신규 확진자는 16일에 1078명까지 급증했으나 최근 1000명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 0시 기준으로 확진자는 전일 대비 1092명 늘어 누적 5만2550명이 됐다. 사흘 만에 다시 1000명선을 돌파한 것이다. 사실상 눈에 보이는 확진자 감소 효과는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속해서 낙관적 기대를 쏟아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정밀방역과 참여방역이 시너지를 내면 새해 아침에는 훨씬 호전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가 800명대를 기록한 전날에는 “(확진자 감소가) 반전을 기대하게 한다”며 “코로나와의 고단한 싸움도 이번 고비를 넘기면 막바지에 접어든다”고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난 20일 “방역체계는 굳건해지고 있고 의료대응능력도 향상되고 있다”며 “(국민이)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자신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강력한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을 통해 확진자가 줄어들 순 있지만, 하루이틀의 추이를 토대로 상황 반전을 논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정부 입장을 이해할 순 있지만 설 연휴 등 고비가 많이 남아 있다”며 “낙관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희망적 메시지와 달리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되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검사 중’ 건수가 현재 15만여건인데 양성률을 3%로 가정하면 그 안에 4000명 넘는 확진자가 숨어 있는 셈”이라며 “(긍정적인) 메시지만 되풀이하다간 정부가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통제력을 회복하고 의료 여력을 쌓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피로가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계획대로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날 전국에 104병상을 추가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영국발 항공편을 막고, 승무원 전수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영국발 입국자는 예외 없이 2주의 자가격리를 거쳐야 하며 격리 해제 시에도 추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게 된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