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부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딸의 허위 인턴확인서 작성에 일부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다음달 진행되는 조 전 장관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정 교수의 1심 판결에 대해 “너무 큰 충격”이라며 “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할 모양”이라고 했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임정엽)가 유죄로 판단한 딸 조민씨의 허위 스펙 중 조 전 장관이 공범인 부분은 부산 아쿠아펠리스 호텔과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 2가지다.
재판부는 2009년 호텔 인턴확인서는 모두 조 전 장관이 내용을 임의 작성했다고 봤다. 검찰 수사에서는 조 전 장관이 2009년 7월 딸의 유학반 디렉터와 저녁 식사를 했고, 그 다음날 연구실에서 호텔 인턴확인서가 인쇄된 정황이 드러났었다. 임 부장판사는 조 전 장관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김모씨 도움을 받아 한인섭 센터장의 허락없이 인턴확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혐의들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에서 다뤄진다. 정 교수에게 유죄가 선고됐다고 해서 조 전 장관 혐의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원이 사실관계를 인정한 만큼 조 전 장관으로서는 불리한 출발선상에 서게 되는 셈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공소장 변경을 통해 자신이 인턴확인서 위조 공범으로 적시되자 “저를 무단으로 문서를 위조한 사람으로 만든 공소사실을 단호히 부인한다”고 밝혔었다.
정 교수의 증거은닉 관련 혐의가 대부분 무죄로 판단된 것은 조 전 장관에게는 다소 유리한 정황이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와 공모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에게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김씨와 함께 증거를 인멸한 점을 고려해 무죄로 판단했다. 현행법상 자신의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는 처발받지 않는다.
또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모펀드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블라인드 펀드’라는 허위 운용보고서를 만들게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허위 운용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봤지만 재판부는 “명시적 지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은 딸의 입시비리 혐의에 일부 관여한 사실이 인정되면서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조 전 장관은 그간 ‘딸의 단국대 논문이 입시에 제출됐다는 물증이 없다’는 등의 주장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장외 여론전을 펼쳐왔다. 재판부가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은 앞서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질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었다.
향후 조 전 장관 재판에서는 아들 관련 입시비리 의혹, 아들의 조지워싱턴대 ‘오픈북’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혐의(업무방해), 딸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을 부정수수한 혐의(뇌물수수) 등이 추가로 다뤄진다.
나성원 구자창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