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요건 유지 다음은 증권거래세 폐지? 이번에도 정치권 뜻 관철될까

입력 2020-12-24 07:00

‘이제는 증권거래세 폐지가 이뤄질까.’
주식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 양도세 대주주 요건 유지, 주식 장기보유 세제 혜택 검토 등은 당초 정부의 개정안과 달리 개인투자자(동학개미)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뜻대로 진행돼 왔다. 무시못할 세력으로 커진 동학개미들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증권거래세 폐지’로 향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도 이에 호응하는 법을 잇따라 발의, 증권거래세 폐지도 가시권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 논의는 일견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내년 0.02% 포인트, 2023년에 0.08% 포인트 인하해 최종적으로 0.15%까지 낮추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의결했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과세에 맞춰 증권거래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지난 4·15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기도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이중과세 문제를 안고 있는 증권거래세는 중기적 관점에서 폐지가 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증권거래세 안에 농어촌특별세가 함께 부과되는 문제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폐지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당과 야당에서는 각각 유동수 의원과 추경호 의원이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현재 증권거래세에서 0.15% 비율로 부과되는 농어촌특별세를 양도소득세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올해 증권거래세 세수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 덕에 1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4조4733억원)의 2배 이상으로 역대 증권거래세 세수 최대치인 2018년(6조2412억원) 기록도 제치게 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가 투기적 단기매매 증가에 따른 주식시장 불안 요인을 억제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전혀 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외국인이 납부한 증권거래세는 1조원대에 달한다.

기재부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다른 선진국의 경우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를 같이 부과하고 있는 점도 참고했다. 다만 미국·독일·일본 등 증시 선진국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신 증권거래세가 없다. 같은 아시아권인 홍콩·싱가포르·대만 등은 한국보다 증권거래세가 낮고 양도소득세는 없기 때문에 해외 사례만 가지고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세수 문제 때문에 증권거래세를 없애지 못하는 게 정부의 ‘진짜 속내’라는 이야기도 있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사고팔 때마다 붙는 세금이기 때문에, 주가 등락과 상관이 없고 세수 예측도 비교적 쉽다. 한 금융전문가는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없애면 세수가 줄어들까 봐 노심초사한다”며 “‘개미’들의 입김이 매우 강해진 상황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는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관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한 NH투자증권연구소장도 “증권거래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