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구의역 김군’ 비하 논란 등에 대해 “제 발언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야당의 자진사퇴 공세에도 “앞으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변 후보자는 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을 강하게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서도 “제정 취지에 공감한다”며 ‘김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2016년 임대주택과 관련해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했던 발언을 해명하다 “여성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을 먹는 것은 아주 조심스러워 한다”고 말하며 재차 설화에 휩싸였다.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교통위원장인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줄 수 있는 발언 같다”며 해명 기회를 줬다. 이에 변 후보자는 “임대주택을 설계할 때 그런 수요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군 어머니의 육성을 공개했다. 김군 어머니는 녹취 파일을 통해 “부모로서 지금 이 상황에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이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사실만은 정말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심 의원이 “김군이 실수로 죽었느냐”고 묻자, 변 후보자는 잠시 침묵하다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변 후보자는 ‘아빠 찬스’ ‘지인 채용’ 등의 다른 의혹들은 전면 부인했다. 장녀가 변 후보자 관련 시민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이를 고교 입시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지원한 학교에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SH가 채용한 고위직(1급 이상) 9명 중 7명이 그의 동문으로 채워졌다는 야당 측 주장에 대해서도 “몇 년 째 시달리고 있는 음모론”이라고 했다.
변 후보자는 부동산 정책 방향으로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조성을 강조했다. 대도시 주택 공급을 위해 역세권 반경을 500ｍ까지 넓히고, 용적률도 300%까지 올릴 수 있다는 구상도 내놨다. 그러면서 “(역세권 고밀도)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사유재산 침해 비판이 벌어진 ‘1가구 1주택 원칙’ 법과 관련해선 “법안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주거 기본법 자체와 정신에 대해선 찬성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인사청문회 시작부터 언쟁과 삿대질을 주고받으며 격하게 충돌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장에 들어서는 변 후보자를 향해 ‘임대 사는 사람들도 외식합니다’ ‘출세에 눈이 먼 폴리페서 변창흠’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야당은 청문회 전 의사진행발언에서도 변 후보자의 막말 논란을 집중 거론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했다”며 “변 후보자마저 국무위원이 된다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같은당 박성민 의원은 “순간적인 실수라기보다 특권의식에서 기인된 가치관과 인성 문제”라고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변 후보자의 정책 역량을 평가하자”며 엄호에 나섰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의혹에 대해 자초지종을 듣고 진위를 밝히는 게 청문회”라며 “단정하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외주화 정책으로 김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박덕흠·전봉민 의원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해 장내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민철 이현우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