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의 한 농장 기숙사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여성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포천경찰서와 이주노동자단체 등에 따르면 포천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누온 속캉(30)씨가 지난 20일 기숙사에서 숨진 채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속캉씨는 옷을 모두 입은 상태로 이불 속에서 사망한 상태였고, 바닥에서는 각혈이 발견됐다. 사후 실시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16년 4월 E-4 비자를 받고 입국한 속캉씨는 4년 동안 이 농장에서 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에는 속캉씨를 비롯해 외국인 이주노동자 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동료 이주노동자들의 설명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지난 17일 오후 3시쯤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이날은 포천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내려간 날이다. 이후 18일과 19일 기숙사에 전기 공급이 끊기자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던 여성 노동자 4명이 인근의 다른 농장 기숙사에서 자겠다며 외박을 나갔고, 속캉씨는 혼자 있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른 노동자들이 ‘형광등은 들어오지만 바닥에 난방이 되지 않았다’ ‘추웠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농사가 한창일 때는 농장주와 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숙식하며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함께 일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농장 관계자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비닐하우스에서 농장 주인의 가족도 함께 지낸다”면서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있던 방은 더 각별히 신경을 썼고, 농장 주인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 더 춥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24일 속캉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농장주 및 주변인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각혈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속캉씨에게 사망 전조증상이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찰은 동사 가능성에 대해선 “이번 사건은 ‘동사 같지 않다’는 보고가 있어 부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천=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