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코로나19 잘 버텼지만…“내년엔 더 어렵다”

입력 2020-12-24 00:21

올해 코로나19 사태에도 초기 방역과 내수 지원책 등으로 버텨낸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내년부터 큰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주요 시장의 생산 정상화와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본격화로 판매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시장은 민간 소비 위축과 지원책 감소로 판매량 감소가 예상된다.

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20년 자동차산업 평가와 2021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내년 자동차 내수는 올해보다 4.4% 감소한 182만대로 예상된다. 협회는 내년 수출이 22.9% 증가한 234만대, 생산은 10.3% 증가한 386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올해보다 수출·생산이 개선되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9년 수출과 생산은 각각 240만대, 395만대였다.

우리나라는 올 상반기 글로벌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꾸준히 생산을 이어갔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순위는 2019년 7위에서 올해 5위로 상승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해외 시장 정상화에 따라 다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됐다. 협회는 “올해 5위에서 내년 6위나 7위로 하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자동차 내수는 가계부채 증가와 소득 감소, 내수 지원책 축소로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18년 1537조원에서 2019년 1600조원, 올해 9월 기준 1682조원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동차 개소세 감면 혜택도 줄어든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5%의 개소세율을 3.5%로 인하한다. 상반기 1.5%, 하반기 3.5%의 개소세율을 각각 적용했던 올해보다는 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다. 내년부터 노후차의 교체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내수 감소 요인으로 꼽혔다.

내년에는 자동차 업체들의 투자 여력이 위축되면서 미래차 산업에 대한 대비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협회에 따르면 올해 7조원이었던 완성차 업계의 설비투자액은 내년 6조10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협회는 개소세 인하폭 확대, 노후차 교체 지원, 환경규제 기준 완화,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최근 국내 규제강화와 노사갈등, 환율하락 추세가 지속될 경우 자동차 업체의 생산 경쟁력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며 “노동법제 개선, 내수 시장 유지를 위한 개소세 인하폭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