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어 장기요양급여를 받고 있는 장애인은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정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광주지법 등이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5조 2호에 관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뇌병변 1급 중증장애인인 A씨는 자신이 받고 있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장기요양급여에서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로 변경해줄 것을 구청에 신청했으나, 구청이 이를 거부하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송 진행 중 법원에 장애인활동법 제5조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광주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제청했다.
해당 조항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노인 등’이 아닌 65세 미만인 사람에게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65세 이전에 노인성 질병이 발병해 장기요양급여를 받은 경우 장애인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헌재는 “장애인 활동지원급여와 노인 장기요양급여의 급여량에 편차가 큰 점 등을 들어 “65세 미만의 장애인 가운데 일정한 노인성 질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급여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자립욕구나 재활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은 잠정적이라거나 빠른 시일 내에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지원의 필요성 내지 수요에 맞는 급여, 공급이 이루어지도록 제도 전반에 걸쳐 합리적 체계를 구축한다면 제도 개선에 따른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헌재는 “단순 위헌으로 선언해 즉시 효력을 상실하게 할 경우 중복급여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법적 공백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고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있을 때까지 잠정적용을 명하기로 한다”고 했다. 기간은 2022년 12월 31까지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