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사장님도 폐업하면 실업급여 받는다… 재정적자 우려

입력 2020-12-23 15:5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의 '전국민 고용보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일하는 모든 국민을 실업급여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내년 7월부터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고, 이르면 2023년부터 폐업한 자영업자까지 실업급여 지급 대상에 포함한다는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전 국민 고용보험 구축을 완료하는 시점은 2025년”이라며 “현재 1400만명 수준이 가입자는 2022년 1700만명, 2025년에는 2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일 약 7만5000명을 대상으로 예술인 고용보험을 시행했다. 특고와 플랫폼 노동자는 3단계에 걸쳐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한다. 내년 7월에는 산재보험 적용 직종인 보험설계사와 학습지 교사·택배기사 등 14개 직종(106만∼133만명)부터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한다. 보험료 납부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균등히 나누는 방안이 유력하다.

특고에 이어 스마트폰 같은 플랫폼을 매개로 일하는 플랫폼 종사자는 2022년 1월부터 고용보험을 적용한다. 배민라이더스, 카카오T 대리기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정부가 추정하는 플랫폼 노동자 180만명 안팎이다. 같은 해 7월에는 우선 적용 대상에서 빠진 특고와 플랫폼 종사자에게 고용보험을 적용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스포츠 강사·학원 차 기사·관광안내자·상조회사 영업사원·가사도우미 등이 대상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여는 마지막 단계는 자영업자다. 1인 자영업자는 231만∼258만명,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33만명으로 추산된다. 자영업자 고용보험은 2006년 임의가입 방식으로 도입됐지만, 가입률이 0.5%에 불과하다. 정부는 2022년까지 단계별 적용방안을 수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2023년 이후부터 의무 가입을 실시할 계획이다. 고의적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한다. 다만 자영업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할지, 정부가 분담할 지 여부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결정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법적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가입이 누락된 노동자를 찾아 직권으로 가입시킬 예정이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는 고용보험 미가입자가 374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대부분은 입직과 이직이 잦은 일용직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건설업 비중이 높다. 현행법상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빠진 농림·어업 4인 이하 사업장 종사자와 일부 직역연금 가입자의 고용보험 적용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 국민 고용보험 성공의 관건은 재정건전성이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는 사업주·노동자가 내는 고용보험료로 거둬들이는 수입이 실업급여로 빠져나가는 지출보다 많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지출이 수입을 역전하게 된다. 이마저도 14개 특고 직종의 고용보험 적용에 한해서만 시뮬레이션 한 결과다. 플랫폼 종사자와 자영업자까지 포함하면 재정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실제 2016년에는 특고의 이직률이 38.1%로 일반 근로자(4.4%)보다 약 8.7배 많았다. 이직 과정에서 실업급여를 받은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 국민 고용보험이 자칫 ‘만성 적자 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장관은 “재정 적자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고용보험기금을 분리해서 관리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특고와 임금근로자 지위가 겹치는 영역이 많으므로 사실상 어렵지만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최재필 기자 jp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