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임기말 사면장… 최측근·전쟁 범죄자까지

입력 2020-12-23 15:22

임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또 무더기 사면령을 내렸다. 사면 대상자에는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과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학살한 용병, 부패한 전직 공화당 정치인이 포함돼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워싱턴 정가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직전까지 연일 사면장을 뿌릴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연루자인 측근 조지 파파도풀로스(33) 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 등 15명에 대한 사면을 발표했다. 파파도풀로스는 2016년 대선 기간 중에 러시아 인사와 만난 사실이 있었음에도 연방수사국(FBI) 조사에서 이를 부인한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형량을 감경 받아 2018년 12일 동안 옥살이를 하고 풀려났었다.

러시아 부호 게르만 칸의 사위 알렉스 판 데어 즈완(36)도 사면 대상자에 함께 포함됐다. 즈완 역시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서 허위 진술을 한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고 30일 구류처분과 2만 달러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이 사면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사면을, 비선참모인 로저 스톤에게 사실상 사면에 해당하는 감형 처분을 내린 바 있다.

NYT는 “이들에 대한 사면은 전통적인 법무부 검토 절차도 생략한 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로 처벌 받았던 사람들이 계속 사면을 받을 것임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2007년 이라크에서 민간인을 살해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군인 4명도 함께 사면됐다. 특히 이중에는 미국 전쟁 역사상 최악의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니컬러스 슬래턴이 포함돼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경호 용역업체 블랙워터 소속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니수르 광장에서 자행된 민간인 17명 학살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았다. 당시 피살자 중에는 각각 8세와 11세 소년도 포함돼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사면을 받은 사람은 던컨 헌터, 크리스 콜린스, 스티브 스톡먼 등 공화당 소속 전직 연방 하원의원 3명이다. 이들은 모두 부정부패 혐의로 무죄 판결을 받았던 사람들이다.

헌터 전 의원은 2019년 선거캠프 자금을 유용한 혐의에 유죄를 시인한 뒤 다음 달 11개월형을 복역할 예정이었다. 콜린스 전 의원은 FBI에 허위진술을 하고 증권 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지난해 시인하고 2년2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활동 초기에 지지를 선언한 인사다. 스톡먼 전 의원은 사기, 돈세탁 혐의로 10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