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교차로에서 퇴근시간대 교통정리를 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20대 경찰관의 영결식이 열렸다.
부산경찰청은 23일 오전 9시쯤 청사 2층 동백광장에서 이성림(29) 경사에 대한 영결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진정무 부산경찰청장 및 동료들이 참석해 고별사를 하고 헌화와 분향을 했다. 모든 과정은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유족은 영결식 내내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진 청장과 동료 경찰관이 고별사를 읽는 동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며 오열했다. 헌화하러 나갈 때도 진행을 돕는 경찰 관계자에게 기대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진 청장은 “고인의 숭고한 희생을 깊이 애도한다”며 “부산 경찰 모두가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는 소식에 참담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신은 자랑스러운 경찰이었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항상 솔범수선했고,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정이 넘치는 동료이자 참된 경찰관이었다”면서 “당신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덤덤한 목소리로 고별사를 읽던 진 청장은 “동료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 가슴이 무너진다. 진심으로 미안하다”면서 끝내 눈물을 보였다. 잠시 말을 멈춘 채 울먹이던 그는 “다시는 우리 동료들이 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로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고인과 함께 해운대경찰서 교통안전계에서 근무한 송민호 경장도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송 경장은 “네가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나와 우리는 네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슬픈 일이든 기쁜 일이든 너와 함께했던 순간만큼은 좋은 친구로, 그리고 멋지고 당당한 경찰관으로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했다.
이 경사는 지난 14일 오후 6시47분쯤 해운대 한 교차로에서 퇴근길 교통정리 업무를 하던 중 승용차에 치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던 그는 사고 발생 1주일 만에 사망했다. 이후 이 경사가 결혼 4개월 차인 새신랑이며 아내가 임신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경사는 5년 차 경찰관으로 그동안 15회에 걸쳐 각종 표창과 장려상을 받은 우수 공무원이다. 사망 후 1계급 특진이 추서됐으며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