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간호사의 호소 “병원에 택배 좀 그만 보내세요”

입력 2020-12-23 10:27 수정 2020-12-23 10:35

코로나19 전담병원 현직 간호사가 환자가 급증한 상황에서 병원으로 몰려드는 택배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간호사 강모씨는 환자들을 돌보는 일 외에 병원으로 배송된 택배 물품을 정리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강씨는 “하루 평균 15~20개의 택배가 병원으로 배송된다. 위험 물품 반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택배 내용물을 전부 열어보고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며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는 택배를 보내지 말라고 안내하지만 배달되는 물품은 각양각색”이라고 23일 중앙일보에 전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면회 제한이 장기화되자 보호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택배로 보내고 있다. 강씨는 “일부 보호자들은 배달음식을 도시락인 것처럼 위장해 책 밑에 숨겨서 보내거나 굳이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과일이나 과자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진이 부족해 간호사 4명이 8시간 동안 환자 40여명을 상대하고 있다. 환자 보는 시간도 빠듯한데 이걸 다 확인하고 분리수거를 하려니 너무나 힘들다”며 “경증 환자들의 경우 2주면 퇴원하기 때문에 보호자들도 자제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1월부터 1년 가까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는 의료진들의 피로감이 크게 쌓이고 있다. 진상 환자들의 폭언과 폭행까지 겹치면서 견뎌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 1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 간호사 A씨는 “가슴을 더듬으면서 남자 간호사 진짜 맞느냐고 얘기하는 이도 있고, 여자 간호사 언제 들어오느냐고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빵 달라고 해서 드릴 수 없다고 얘기하니까 굶어죽으라는 거냐고 막 화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A씨는 진상 환자들을 제지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에는 힘들어도 서로 힘내자 으쌰으쌰 이렇게 하고 했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진 상태다. 다들 너무 지쳐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인력 부족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나 근처 확진자가 나온 지역 등으로 파견을 가야 하는 상황,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수당 문제 등도 지적했다. 그는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직종에 그만한 보상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재난 상황이니까 무조건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보상과 휴식을 보장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