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원산을 사랑할까…‘金 전용기’ 동해로

입력 2020-12-23 10:0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북한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를 열었다고 30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항공기가 22일 평양을 이륙해 동해안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은 극심한 통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고향’ 원산을 방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항공기 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등에 따르면 북한 고려항공 JS671편 여객기는 이날 오전 10시 5분쯤 평양을 출발해 동해안으로 향했다. 기종은 안토노프(AN)-148이다. 김 위원장은 주로 북한 내에서 지방을 시찰할 때 해당 비행기를 이용한다. 북한은 2010년 우크라이나 항공기 제작사인 안토노프의 신형 여객기 AN-148 두 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AN-148 최종 목적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비행경로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의 특각(전용별장)이 있는 강원도 원산으로 향했을 가능성이 있다.

원산은 김 위원장의 고향으로 알려진 곳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2018년 2월 최문순 강원지사를 만나 “저는 평양에서 태어났고, 오빠(김 위원장)만 강원도 원산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생모 고영희와 함께 유년시절을 원산에서 보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의 원산 사랑은 대단하다. 김 위원장은 전용기 혹은 특별열차를 타고 수시로 원산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병이상설과 위중설이 제기됐던 지난 4월에도 김 위원장은 측근들과 함께 원산에서 열흘가량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연말은 원산에서 보내고 연초에 평양으로 돌아와 8차 당 대회를 치르겠다는 것 같다”며 “업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대 정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부담에 원산행을 택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로 예정된 8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대남·대미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김 위원장이 원산으로 피신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혹시 모를 감염을 염두에 두고 평양보다 사람이 적은 원산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 역시 코로나19 감염을 고려해 자식들과 함께 원산에서 머물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리 여사는 지난 1월 평양 삼지연극장에서 설 기념공연을 관람한 것을 끝으로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다만 북한은 ‘코로나19 환자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WHO)는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0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1557명이 코로나19 감염 여부 검사를 받았으나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