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 시신 신원확인 난항…‘3개 남은’ 치아 사진 공개

입력 2020-12-23 09:40 수정 2020-12-23 10:10
사망자의 얼굴 복원 사진(왼쪽)과 치아 파노라마 사진. 연합뉴스, 인천 계양경찰서 제공

경찰이 올해 5~7월 인천 경인아라뱃길 등지에서 잇따라 발견된 훼손 시신 두개골의 치아 파노라마 사진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앞서 이 시신의 얼굴 복원 사진을 공개하며 시민 제보를 요청했으나 신원을 특정할 만한 단서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 계양경찰서가 23일 공개한 훼손 시신의 치아 파노라마 사진을 보면 시신 두개골에는 3개의 치아만 남아 있다. 위턱(상악) 왼쪽 치아에는 금 인레이, 아래턱(하악) 왼쪽과 오른쪽 치아에는 레진 치료를 한 흔적이 있다. 신경치료를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들 3개 치아를 제외한 나머지 치아의 상당수는 고의 훼손 등으로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두개골에서 기계 등을 이용해 치아를 고의로 절단한 듯한 흔적도 확인됐다.

훼손 시신에 남은 치료받은 흔적이 있는 치아 3개. 연합뉴스, 인천 계양경찰서 제공

현재 훼손 시신이 발견된 지 200일 넘게 지났지만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만한 단서가 부족한 상황이다. 치아를 제외한 시신의 나머지 부위로는 신원 특정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망자가 국내에서 주기적으로 치과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가 치료받았던 치과 병의원에는 기록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커 관련 종사자들의 도움이 있다면 신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일 시신의 얼굴 복원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사망자가 30, 40대 여성이고 키는 160∼167㎝, 혈액형은 B형”이라며 시민들의 제보를 요청했다. 22일까지 접수된 제보는 80여건이었으나 대부분 ‘아는 사람과 비슷하다’ ‘본 적이 있는 사람과 닮았다’ 등의 내용으로, 신원 특정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는 없었다.

또 경찰은 지난 6개월간 실종자, 미귀가자, 데이트폭력·가정폭력 피해자, 1인 거주 여성, 치아 치료자 등 46만명가량의 생사를 확인하고, 생존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 가족의 유전자 정보(DNA)를 채취해 비교했으나 이 역시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여러 버전의 복원 얼굴 사진. 연합뉴스, 인천 계양경찰서 제공

경찰은 치아 파노라마 사진과 함께 여러 형태의 얼굴 복원 사진을 공개하며 다시 한번 시민들의 제보를 요청했다. 공개된 사진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시신의 뼈 등을 토대로 3차원으로 복원한 것이다. 살이 쪘을 경우와 빠졌을 경우, 머리가 길었을 경우와 짧았을 경우 등의 모습을 가정했다.

최병옥 계양서 형사과장은 “올해 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여성을 알고 있다면 제보해달라”며 “특히 치과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훼손 시신은 지난 5월 29일 인천 계양구 경인아라뱃길 다남교와 목상교 사이 수로에서 운동하던 시민에 의해 부패한 상태로 처음 발견됐다. 9일 후인 6월 7일에는 최초 시신 발견 지점에서 5.2㎞가량 떨어진 아라뱃길 귤현대교 인근 수로에서 나머지 시신 중 일부가 추가로 나왔다. 한 달 뒤인 7월 9일에는 계양구 계양산 중턱에서 백골화가 진행 중인 훼손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약초를 캐러 다니던 한 노인이 시신을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