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23일 열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고 공직자로서의 도덕성과 자질, 업무수행능력 등을 검증한다. 청문회는 개인신상 검증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막말과 특혜 논란을 이유로 변 후보자를 반드시 낙마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은 ‘정치공세를 차단하겠다’고 예고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인사청문 정국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 후보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일명 김군 사고)를 언급하며 “걔만 조금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발언한 게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변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고 “SH 사장 재직 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이 가라앉지 않자 인사청문회 전날인 22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하고 있는 유가족들의 농성장을 찾아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예고 없는 방문이어서 김군 측 유가족은 자리에 없었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사과’라는 뒷말이 나온다.
변 후보자는 22일 오후 3시10분쯤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단식농성 중인 김미숙씨와 이용관씨는 변 후보자의 방문 의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숙씨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 김용균씨 어머니다. 이용관씨는 tvN 조연출로 일하다 ‘갑질’ 등을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다.
변 후보자는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한 뒤 재차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여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변 후보자는 유가족들을 향해 “산업재해는 구조적 문제이고,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서도 추후 입찰 등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미숙씨와 이용관씨는 “발언의 피해자는 구의역 김군 측 유가족이다. 우리가 사과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고 정의당 측은 전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일방적 방문이란 점에서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변 후보자의 방문 소식을 듣고 농성장을 찾아 항의 의사를 전한 류호정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유가족이 단식하는 나라의 국무위원 후보자는 수행하는 비서들을 대동했고 언론사 카메라를 등에 졌다.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류 의원은 ‘주로 건설 현장에 있다보니 잘 알지 못했다’는 변 후보자의 현장 발언을 인용해 “산업재해는 건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원청 책임자였던 후보자의 안일하고 저급한 인식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변 후보자의 ‘사과 행보’가 연일 계속된 점을 의식한 듯 정의당은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릴지 여부를 놓고 청문회 당일까지 결정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부적절한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이른바 ‘데스노트’로 유명하다.
심상정 의원도 의총 발언을 통해 변 후보자 ‘퇴출’을 주장하면서도 데스노트를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철저한 검증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국민의 이해와 유족에 대한 용서 없이는 청문보고서 채택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변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본 뒤 최종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변 후보자 청문회에선 여권 인사가 이사장으로 있던 태양광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지인들을 SH 고위직으로 적극 채용했다는 의혹 등을 놓고 집중 추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H 사장 재직 때 10차례 세금 체납으로 여러 번의 차량 압류가 있었던 점, 딸의 국립중앙박물관 인턴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 등도 논란거리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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