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정무특보 녹취록 “캠프에서 애들 일 시켜놓고…”

입력 2020-12-23 07:11 수정 2020-12-23 10:01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경기도 성남시장 후보의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성남시와 산하 기관에 줄줄이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은 시장 선거캠프 관계자가 관련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JTBC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은 성남시장 후보의 종합상황실장이던 이모씨가 캠프 출신들의 성남시 공직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전직 비서관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입수해 22일 공개했다.

녹취록에는 이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우리 식구들 고생했던 애들 빨리빨리 처리해 버려야 될 것 아냐. 캠프에서 애들 일 시켜놓고 고생시켜놓고 이제 와서 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고 우리가 챙겨야 될 대상이라고 생각해야 돼”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

보도에 따르면 은 시장의 전 정무특보로 일했던 이씨는 현재 퇴직한 일반인 신분이다. 아무 직함이 없지만 시장에게 인사 권한을 일부 넘겨받았다는 주장도 녹취록에 담겼다. 그는 “인사 부분에 대해선 그건 어느 집단이고 마찬가지야. 시장 고유 권한인데. 어느 정도 그건 받았잖아. 내가 시장님한테…”라고 말했다.

아울러 녹취록엔 “박OO가 자격이 안 되는 거 잘 정리해서 한 번 해봐. 어차피 걔는 우리가 가라는 데로 가는 애 아니냐”고 했다. 실제 박씨는 시청 공무직으로 취업했다. 이처럼 이씨는 채용할 인물과 기관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면서 자격이 모자라도 취업시키라고 지시했다.

녹취록엔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진 서현도서관 얘기도 나온다. “OO 누님 딸 이력서도 너네가 봤잖아. 대기업 다녔다는 자격이 안 돼? 사서 거기로 가면?”이라고 발언한 내용도 녹취록에 담겼다. 임기제 공무원이나 공무직뿐 아니라 청경, 도로-경로당 관리 같은 자리까지 챙긴 정황도 담겼으며 이씨 친조카도 서현도서관에 취업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부인했다. 이씨는 JTBC에 “그런 위치에 있지도 않다. (캠프 관련자들 채용에 특혜를 주셨다고…) 그건 오해지. 제가 밖에 있는 사람인데. 그런 거에 관여되어 있지 않고”라며 “나중에 조사를 하니까 보면 알 거 아니냐”고 반박했다. 친조카의 서현도서관 취업과 관련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JTBC는 전했다.

앞서 은 시장 선거캠프 출신 이모 전 비서관은 지난달 25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성남시 공공기관 채용비리 신고서’를 내 “서현도서관 외에도 성남시청과 산하기관에 캠프 출신 27명이 부정 채용됐다”며 이들과 인사 관련 간부 공무원 2명 등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 비서관은 “공무원으로서 정말 자격이 없는 캠프 출신 인사들이 채용됐고 시장에게 진언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지난 3월 비서직을 그만뒀다”며 “사법기관의 수사가 진행되면 부정 채용과 관련한 증거 자료를 모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시는 이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채용 과정에서 일말의 부정이나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수사기관에서의 수사를 통해 반드시 그 전모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 그 진위와 전모가 규명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앞서 은 시장 캠프 출신이라며 실명을 밝힌 40대 청원인은 지난 9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은수미 성남시장 선거캠프 자원봉사자들의 공공기관 부정 채용 의혹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시립 서현도서관 공무직 2차 면접시험에서 2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는데 최종 선발 인원 15명 중 무려 7명이 은 시장 캠프의 자원봉사자였다”며 “확률적으로 엄청난 수치”라고 주장했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이기인 의원은 이를 토대로 은 시장과 전 선거캠프 종합상황실장 이씨, 캠프 출신의 서현도서관 공무직 등 9명을 직권남용, 지방공무원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성남중원경찰서가 수사하던 사건을 최근 넘겨받았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중원경찰서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와 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은 시장이나 성남시 핵심 관계자들이 이 사건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채용자들을 대상으로 배후를 캐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