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 아나운서가 뉴스를 진행하면서 집권 여당에 불리한 원고 내용을 임의로 생략하고 방송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KBS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KBS노동조합(제1노조)은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김모 아나운서가 지난 19일 KBS1라디오(97.3㎒) 오후 2시 뉴스에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전하면서 야당 의원이 제기한 ‘봐주기 수사’ 의혹 부분을 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노조가 공개한 기사 원고 원문에는 국민의 힘 김웅 의원이 “정차 중 택시·버스 기사를 폭행한 사건 중에서 합의됐음에도 내사 종결하지 않고 송치한 사례가 있다면, 이용구 엄호 사건은 명백한 봐주기 수사”라고 발언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김 아나운서는 이를 읽지 않았다는 게 1노조 주장이다.
1노조는 김 아나운서가 김웅 의원 발언의 서술어를 ‘주장했다’ 대신 ‘힐난했다’로 바꿔 읽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힐난하다’는 표현은 ‘트집을 잡아 거북할 만큼 따지다’는 부정적인 의미이다. 1노조는 “해당 아나운서는 이를 통해 야당 국회의원의 공식 문제 제기를 트집 잡고 쓸데없이 따지고 든다는 뉘앙스로 기사를 왜곡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1노조는 김 아나운서가 이 내용을 단신으로 다룬 기사에서도 상당 부분을 생략했다며 “‘아나운서 제 맘대로 편파 방송사건’이 일어났다. 양승동 사장은 즉각 실태를 감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1노조는 김 아나운서가 청문회를 앞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관련 야당의 비판도 임의로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생략된 부분은 ‘(권 후보자가) 2010년 4억1000만 원에 산 강남구 개포동 대치아파트를 2018년 8억8000만 원에 팔아 4억7000만 원의 수익을 냈고, 세종시에 특별분양 받은 아파트에 거주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이라고 1노조는 전했다.
KBS 사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