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의 구의역 사고 관련 막말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부적격 판단을 내리는 ‘데스노트’로 알려진 정의당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 안팎에선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서 ‘데스노트’의 영향력이 높지 않은 점, 변 후보자 정책에 대한 동질감 등을 이유로 꼽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변 후보자를 강하게 비판했다. 심 의원은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며 “‘사람이 먼저다’를 내건 정부라면 이런 시대착오적 인식부터 점검하고 퇴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의원은 “국민의 이해와 유가족의 용서가 전제될 때만 정의당은 변 후보자를 장관 후보자로서 인정할 수 있다”며 지명 철회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또 심 의원은 “정의당에는 합격자, 탈락자 명부가 따로 없다. 오직 국민의 마음속에만 그 명부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변 후보자를 당 차원의 ‘데스노트’에 올리진 않을 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총에서도 변 후보자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정의당은 23일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당에서는 노동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변 후보자의 지명이 철회돼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국민 삶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없는 사람이라면 장관이 돼선 안될 노릇”이라며 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강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원이나 지지자 중 절반 이상이 변 후보자의 사퇴나 지명 철회를 요구한다고 본다”며 “특히 청년 당원들의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전날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도 변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들끓는 당내 사퇴 요구 여론에도 정의당이 변 후보자의 ‘데스노트’ 기재를 망설이는 이유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현 상황에서 정의당이 부적격 판단을 내린다고 해도 장관 임명을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전 의총에서도 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있었다”면서도 “현재 국회는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다 통과시키는 상황인데, 변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데스노트에 이름이 오르고도 변 후보자가 장관으로 취임할 경우 역풍이 더 클 거라는 판단이다.
변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정의당과 일치하는 지점이 많다는 것도 지도부의 고민거리다. 또 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지도부 입장에선 후보자의 정책 기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변 후보자의 부동산 정책은 당이 찬성하는 정책이 많다. 당에서는 ‘심상정이 노동부장관으로 취임하는 격’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심 의원도 의총에서 “변 후보자가 주택정책에 있어 진일보한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부적격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이 정의당에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정의당은 변 후보자가 낙마해 부동산 정책이 더 꼬일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올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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